인천공항 착륙대 철제시설 등 방치 감사 지적에도 “성수기” 공사 미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년을 나흘 앞둔 25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바깥의 콘크리트 둔덕이 일부 무너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피해를 키웠던 이 둔덕을 포함한 전국 7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고치기로 했지만 이날까지 공사가 완료된 곳은 광주공항과 포항경주공항 2곳뿐이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5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 1활주로 인근 착륙대에는 가로 2.8m, 높이 2m 규모의 철제 배전반이 설치돼 있다. 보고서는 “배전반이 ‘부러지기 쉽고 낮은 구조’로 되어 있지 않아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동체 손상 위험이 매우 크다”며 착륙대 외곽으로 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문했다. 착륙대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에 대비한 완충 구역이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해당 배전반은 감사 지적 6개월이 지난 이날까지도 이설 공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공사 관계자는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는 방학 등으로 항공 이용이 몰리는 성수기인 데다 눈 등 날씨 문제도 있어 공사에 적합하지 않다”며 “내년 3월에는 공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업 운항 수익과 행정 편의를 이유로 승객의 생명이 직결된 안전 규정 준수를 미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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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위험 로컬라이저, 공항 7곳중 5곳 개선 안돼
둔덕-콘크리트-철골 위 설치돼… 개선 필요 지적 2곳만 공사 끝나
사고 난 무안공항은 착공도 못해… 기장들 “공항 장애물 즉각 철거를”
사고 난 무안공항은 착공도 못해… 기장들 “공항 장애물 즉각 철거를”
인천공항뿐 아니라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을 포함한 전국 5개 공항도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구조물 개선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일선 조종사들은 “항공기가 단단한 장애물에 부딪칠 경우 다른 사고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7개 공항 중 2곳만 로컬라이저 공사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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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김해와 사천 공항은 로컬라이저 2개 중 1개씩만 공사를 마친 상태다. 나머지 공사는 내년 2월경 완료할 계획이다. 여수공항의 경우 이달 31일경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공항은 내년 8월에야 공사를 시작해 2027년 3월에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공항의 경우 유가족과 협의 이후 공사를 진행하겠다며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항공기 조종사들은 시급히 공사를 마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민항기 기장은 “참사 당시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흙으로만 되어 있었어도 인명 피해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단단한 장애물은 항공기를 폭발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물인데, (공사 지연은) 공항을 종합 안전관리의 산물이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본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한 기장은 “현재 제주공항의 철골 구조 방위각 시설이 만약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가볍고 얇은 항공기를 ‘칼’처럼 잘라버릴 정도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이 2월 실시한 조사에선 조종사 1426명 중 950명이 전국 7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 장애물의 즉각적인 철거를 요구했다.
● 권익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치명적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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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부러지기 쉽지 않은’ 콘크리트 격벽과 상판을 포함하는 둔덕으로 구성된 방위각 시설은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과 공항 안전 운영 기준을 위반했다며 방위각 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다시 설치할 것을 시정 권고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권익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불법 시설물 설치·관리 책임을 통감해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