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허위정보 손배법’ 통과…정치인도 ‘손해액 5배’ 청구 가능

입력 | 2025-12-24 12:55:00

허위조작정보 유통땐 징벌적 손해배상
‘의도 담긴 정보’ 등 모호한 표현 논란
사설·칼럼 등 주관적 의견에도 반론 청구
국힘 “표현 자유 침해하는 슈퍼 입틀막법”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찬성 170표로 가결되고 있다. 2025.12.24/뉴스1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산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의로 허위 또는 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가해자에게 무거운 배상 책임을 물리는 법이다. 

이 법안에 대해 야권과 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국회 과반을 점한 민주당은 처리를 강행했다. ‘실수나 착오로 인한 허위정보’, ‘목적이나 의도가 담긴 허위조작정보’ 등 구분과 해석이 모호한 부분도 곳곳에 있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허위조작정보 유통시 징벌적 손해배상-과징금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2025.12.24/뉴스1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재석 177명,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불법·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여당이 추진했다. 고의로 허위 또는 조작된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액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에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기업은 제외해야 한다는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 남용에 대한 특칙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유죄 판결이나 손해배상 판결, 정정보도 판결이 확정된 불법·허위 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서 다시 반복적으로 유통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 원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준수, 불법·허위 정보 삭제 조치, 투명성 보고서 제출 등의 법적 의무가 부과된다. 다만 정당한 비판이나 감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이른바 ‘입막음 소송(봉쇄소송)’을 막기 위해, 법원이 소송 각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간 판결을 요청하는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정의할 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는 경우’라는 부분을 추가로 넣었다. 법 제44조의7제2항(신설)의 ‘누구든지’를 ‘누구든지 다음 각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로 고쳤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내년 6월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 위헌 논란에 거듭 수정…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추후 손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동의의 건 투표를 하고 있다. 2025.12.24/뉴스1

앞서 이 법은 추진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여당 안팎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끝에 개정안을 거듭 고쳐 다시 수정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방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모든 언론사의 사설, 칼럼, 논평 등 주관적 의견까지 반론 보도 청구 대상에 포함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부분의 경우 당초 폐지하려 했으나 형법상 명예훼손을 함께 개정하기 위해 이번 수정안에서는 손대지 않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대한 벌칙(제70조)은 ‘개인의 사생활을 내용으로 하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최종적으로 현행 법률이 유지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형법에서는 여전히 법이 존치되어 있는 점 등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유지 이유로) 고려됐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것이 당의 입장으로 향후 형법과 함께 폐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이정헌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맞다라고 하는 입장”이라며 “형사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민사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이고 저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다수 의석 앞세워 비판 잠재우려 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12.24/뉴스1

앞서 국민의힘은 법안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슈퍼 입틀막법’이라고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이를 강제 종료한 뒤 표결에 부쳐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필리버스터에서 “국민들은 이 법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권력을 비판하는 모든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치적 계산인지를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의 이른바 ‘신(新) 보도지침’ 시도를 끝까지 저지하겠다”며 “위험한 발상은 철회와 함께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처리에 반발해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를 했지만 범여권은 24시간이 지나자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법안을 처리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