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내란 재판부 반헌법적”… 비타민 물-구강 스프레이에 의존 정성호 “대화-타협 실종된 정치현실” 野 주호영, 필리버스터 사회 거부… 우원식 의장 “계속 거부땐 정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마친 후 동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장 대표는 24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깼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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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대하기 위해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4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 연단을 지키며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장 대표가 대여 투쟁의 최선봉에 직접 섰다”며 박수를 보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일종의 코미디”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강행처리한 뒤 상정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의 필리버스터 순번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의 ‘사회 교대’ 요구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거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다시 한번 국회에서 대치하는 등 여야는 출구 없는 대치를 이틀 내내 이어갔다.
● 국회 연단 24시간 지킨 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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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에서 “내란전담재판부와 같은 특별법원을 법률로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무엇이라 부르든 반헌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권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해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 추천을 배제하는 등 위헌성을 없앴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 대표는 토론을 마친 뒤 마무리 발언 없이 단상을 내려갔고,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60여 명의 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나왔다.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통과됐다. 본회의장 밖에서 장 대표는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비타민 물과 구강 스프레이, 지압볼에 의지한 장 대표는 발언 중간중간 우 의장에게 허락을 받아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했다. ‘자유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의 책을 가지고 연단에 오른 장 대표는 21일 오후부터 필리버스터를 준비했다고 한다. 당초 단식투쟁 등도 고려했지만, ‘제도 내’에서의 투쟁을 선택한 것이란 설명이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마친 이후에도 이날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이후 노선 변화·외연 확장 요구가 터져나오며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9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충청을 찾아 ‘변화’를 14번 강조한 데 이어 ‘24시간 필리버스터’까지 완수하면서 당내 결집을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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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버스터 사회 공방… 국회의장 “과도한 피로로 정회할 수도”
여야의 출구 없는 대치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 필리버스터에서도 이어졌다. 발단은 우 의장의 본회의 사회 교대 요구였다. 우 의장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사회 거부가 계속되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수 있다”며 오후 11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사회를 맡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학영 부의장과 자신이 12시간씩 맞교대 사회를 보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 우 의장은 “과도한 피로에 의해 건강상 불가피하게 무제한 토론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며 “불가피한 사유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 정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은 “사회 거부는 의회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거부권 행사”라며 맞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정회 가능성에 대비해 오후 10시 반 본회의장에 모여들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공정한 본회의 진행을 위한 정당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를 돌리자, 민주당 원내지도부 역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해주시기 바란다”고 맞불 공지를 하면서 여야는 대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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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