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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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위해 잠을 따로 자는 ‘수면 이혼’을 택한 부부가 꽤 많다.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3명 중 1명꼴로 각방을 쓰거나, 같은 방에서 자더라도 침대를 따로 쓴다고 답했다.
수면 이혼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 수면 의학회가 올 6월 성인 2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 부부 31%가 수면 이혼 상태로 나타났다. 35~44세가 39%로 가장 높았고, 25~34세 부부가 34%로 그 뒤를 이었다.
애정 관계에 문제가 없는 부부가 잠을 따로 자는 이유는 한 사람의 수면 습관이나 문제로 인해 상대방이 수면을 방해받는 경우, 또는 서로가 상대방의 잠을 방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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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꺼림직하다면 ‘스칸디나비아 수면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방식은 같은 침대를 쓰되 각자 자신의 이불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부부가 동일한 잠자리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수면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해준다. 즉, 함께 자는 것과 따로 자는 것의 중간 지점을 제공하는 셈이다. 침대를 공유하는 친밀함은 유지하면서, 개인적인 수면 취향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징이 반영된 수면 방식이다.
스칸디나비아 수면법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일반적이지만, 최근 세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에는 이 방법을 시도한 뒤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라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 수면 과학자들이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에 최근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이 수면법은 배우자와 이불을 공유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면 방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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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 우리 몸의 핵심 체온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하지만 그 변화의 폭과 시점은 개인마다 다르다. 나이, 체형, 호르몬 상태, 생활 리듬에 따라 어떤 사람은 밤에 쉽게 열이 오르고, 어떤 사람은 손발이 차가워진다. 누구는 더위를 많이 타고, 다른 누구는 추위를 많이 타는 이유와 비슷하다.
특히 남녀 간에는 체온 조절 방식의 차이가 뚜렷하다. 여성은 내부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말초 부위인 손과 발의 온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고, 폐경 이후에는 안면 홍조나 야간 발한으로 체온 변동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자면 한 사람은 덥고, 다른 한 사람은 추운 상황이 반복되기 쉽다.
스칸디나비아 수면법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보온 수준과 소재의 침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체온 불균형으로 인한 각성이나 뒤척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각자 체질에 맞는 침구 소재를 택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통기성이 좋은 가벼운 이불은 체온 상승을 막아 잠드는 데 도움을 주고, 보온성이 높은 이불은 추위로 인해 중간에 깨는 횟수를 줄인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무게감 있는 이불이 안정감을 주어 불안과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개인 이불을 사용하면 수면 환경을 개인 맞춤형으로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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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따로 사용하면 한 사람이 움직이거나 먼저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더라도 상대방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불을 뺏기는’ 상황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불 하나 vs 이불 두 개’를 직접 비교한 대규모 임상 연구는 거의 없다. 즉 스칸디나비아 수면법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침대 크기가 퀸 사이즈 이하라면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쉽고, 일어난 뒤 침대 정리가 더 번거롭다는 점 등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불독점, 남녀의 온도 차이, 잦은 뒤척임, 수면 시간 불일치 등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부부에겐 수면 방해 요인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스칸디나비아 수면법은 실용적이고 부담이 적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