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습지와 연안습지 공존 제주 다른 지역과 차별된 체계 필요성 제주도 “자체 습지보호지역 추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물찻오름 정상에 형성된 분화구 습지. 제주도는 이 일대를 도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동아일보DB
2016년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에 나오는 대사다. 비록 극 중에서 조직폭력배가 환경운동가로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외운 말이지만, 습지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습지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난개발을 먼저 겪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유럽 전역의 습지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며 조류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UNESCO)는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동식물의 주요 서식지인 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보전하기 위한 ‘람사르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현재 국내 람사르 습지는 26곳이며, 이 가운데 5곳(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고지, 동백동산, 숨은물뱅듸)이 제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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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물찻오름(3582㎡)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물찻오름은 사려니숲길 중간에 위치한 오름으로, 산 정상 분화구에 연중 물이 고여 있는 ‘분화구 습지’다. 이곳에는 다양한 어류와 파충류, 양서류는 물론 매와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찻오름에서 확인된 조류 가운데 철새의 비율은 45.3%에 달한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도 관할 구역 내 습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도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수질과 식생, 수문 등 생태계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탐방·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교육과 생태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제주도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주민 공청회를 마무리한 제주도는 관계기관 협의와 환경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물찻오름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보호지역 지정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습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출입 관리와 주민 참여 프로그램 등을 단계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물찻오름 지정 이후에도 보전이 필요한 습지는 적극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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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