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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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한마음으로 적극 나서는 이슈가 있다. 바로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이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과 지역 의원들이 이어오던 논의에 더불어민주당도 나서 19일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특별시장을 뽑도록 속도를 내자”며 힘을 싣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화제가 되자 광주·전남권, 부산·울산·경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여론이 꿈틀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통합과 수도권 메가시티론이 급부상했던 2023년 말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너도나도 한마디 얹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이듬해 4월 총선이 끝나자 다시 거론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휘발돼 버린 이슈다. 그동안 수도권 메가시티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권 등 여러 지역에서 통합행정구역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선거 때 반짝했다 선거가 끝나면 논의 자체가 사라지는 양상이 반복되곤 했다.
행정구역 통합은 지금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벌어지고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의 지자체 단위로는 지역 간 인구 유출 등 지방 도시 간 ‘제로섬 게임’만 계속될 뿐이다. 지역 간 연계성을 높여 집중과 효율을 전제로 한 새로운 국토 계획을 짜야 한다는 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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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통합은 결국 지역 간의 화학적 결합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화학적 결합의 재료로는 지역 간 교통망 확충을 통한 거리 좁히기,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산학 연계 산업 생태계 조성,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일 체계적인 도시·국토 계획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결합에 따른 혜택을 권역 내 지역 주민들이 체감해야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
지금도 지방시대위원회가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5극(수도권,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울경권) 3특(전북, 강원, 제주)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 나온 대전환 전략을 보면 아직 ‘권역별 미래 전략사업을 발굴한다’ ‘거점 국립대를 특성화 연구대학으로 육성한다’ 정도의 방향성에 그친다. 재료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료도 없이 설익은 통합 논의를 급진전시키다 주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지역의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실행 가능한 계획 마련이 우선 돼야 한다. 선거용으로 낭비해 버리기에 행정구역 통합은 한국의 미래와 직결되는 너무 중요한 이슈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