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설치법 저지 무제한 토론 첫 주자로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했다.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장 대표는 ‘헌법학(성낙인)’,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미국의 민주주의(알렉시스 드 토크빌)’, ‘자유헌정론(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등 5권의 책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그는 “1975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시대가 열린 이후 지난 50년 동안 우리 현대사를 바꾼 수많은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며 “그러나 국회가 만든 헌법을 국회 스스로 부정하고 반헌법적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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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해당 법안에 대해 위헌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이 내용을 일부 수정해 본회의에 상정한 것에 대해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법관 인사에 관여하는 명백한 위헌이자 사법부 독립의 침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건 위험한 도박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 법관을 지낸 추미애, 박범계, 김승원, 최기상, 박희승 의원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특별재판부가 정말 괜찮나. 사법부의 독립이 당리당략을 따라 내다버려도 될 만큼 가벼운 것이었나”라고 묻기도 했다.
또 “여러 민주국가들이 법관 선거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법부가 포퓰리즘에 휘둘린 다수의 군중 심리를 막기 위해서”라며 “입법부가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파의 지배 아래 놓이고 사법부가 그 입법부 앞에 무릎 꿇는다면 결국 그 정파가 재판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2.22.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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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법안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 형사재판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3대 특검의 무리한 수사, 아무런 성과 없는 수사를 어떻게든 국민의힘과 연결시켜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고, 내란정당 해산을 위서 목숨 걸고 이 비상계엄 특별재판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집권 반 년을 막 넘긴 이재명 정권을 돌아보면 독일 나치당이 독재로 나아가던 과정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며 “선출 권력 우위론으로 사법부를 굴복시키고 입법권과 행정권을 장악해 민심을 무마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오전 11시 40분쯤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5분의3(179석)의 동의를 얻으면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된다. 민주당은 24시간 이후인 23일 오전 11시 40분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