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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종교[내가 만난 명문장/원종원]

입력 | 2025-12-21 23:06:00


“저 사람, 그걸 정말 다 믿었던 거야? 종교란 그냥 은유(metaphor)잖아?”

―뮤지컬 ‘북 오브 모르몬’ 중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랩스 학장·뮤지컬 평론가

기회만 있으면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다. ‘북 오브 모르몬’도 그중 하나다. 에덴동산은 미국 미주리 인근에 있었고, 부활한 예수가 미국에도 다녀갔다는 내용을 믿는 종교집단의 경전과 같은 제목이다.

줄거리는 배꼽 잡는 코미디다. 젊은 남성 모르몬 교도들은 보통 2년여 포교 봉사에 참여한다. 주인공 케빈 프라이스는 어릴 적 좋아했던 디즈니랜드가 있는 올랜도를 원했지만, 정작 발령받은 곳은 아프리카 우간다. 설상가상으로 동고동락해야 할 동료 아널드 커닝햄은 순수하지만 암기력이 약해 임기응변과 거짓말만 능하다. 결국 ‘모르몬경’ 대신 커닝햄의 ‘19금(禁)’ 재해석이 담긴 ‘아널드경전’을 만들고, 촌철살인의 새 종교가 탄생하며 막을 내린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진보적 지식인들의 모르몬교에 대한 시각이자 제작진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오랜 세월 실패만 거듭하다 주인공들의 포교 소식에 흥분한 선교대장이 아프리카를 찾는데, 이에 원주민들은 커닝햄의 어설픈 이야기로 연극을 꾸며 그를 환영한다. 모르몬경과 다른 기상천외한 내용에 화를 내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우문현답을 들려준다. “저 사람, 그걸 정말 다 믿었던 거야? 종교란 그냥 은유잖아?”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내던 해프닝이 종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며 무릎을 치게 하는 깨달음의 장치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이후 종교의 본질은 사실 은유와 상징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그 종교가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결론이 전개된다. 정계와 종교의 유착 논란으로 어지러운 요즘, 우리 현실에 빗대어 보면 새삼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뒷맛이 길게 남는 코미디 뮤지컬의 명대사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랩스 학장·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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