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음악 등 “영재” 평가 아이, 10%만 성인 이후에도 최상위권 ‘월클’되기 전 동료보다 성과 낮아…축구 선수는 테니스도 배우는 등 연구팀, ‘외길’보다 다학제 제시… “엘리트 전략, ‘최고 성취’에 방해’
노벨상.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광고 로드중
노벨상 수상자, 올림픽 챔피언, 세계 1위 체스 선수 등 성인이 되어 ‘월드 클래스’급 성과를 낸 뛰어난 인재들은 타고난 재능과 조기 교육으로 어린 시절부터 쭉 우위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천천히 성장하는 ‘대기만성형’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분야 최상위권 어린이·청소년이 성인기에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비율은 약 10%에 그쳤다.
또 어렸을 때부터 전문 분야 하나에 시간과 노력을 대부분 투자하는 ‘외길’ 전략보다는 다른 분야에서도 경험을 두루 쌓았을 때 세계적인 수준의 결과물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원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됐다.
아르네 귈리히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공대(RPTU) 교수팀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낸 엘리트들의 생애를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18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광고 로드중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인재들은 인간의 능력 한계를 확장하고 혁신을 주도하며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한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세계 최상위 수준의 성과를 언제, 어떻게, 왜 내는지 꾸준히 탐구해 왔다.
사람들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집단 내 재능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선발하고 전문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타고난 재능에 더해 특정 분야 연습량을 높이면 뒤따르는 성과도 우수해진다고 분석한 선행 연구들이 근거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가 주로 일반적인 인구 집단이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적인 거장 상당수는 어린 시절에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고, 생애 초기의 우수 성과 예측 지표가 성인기 우수 성과 여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학, 클래식 음악, 육상 스포츠, 체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성인 엘리트 3만4839명이 포함된 19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분야를 초월한 공통점 3개가 발견됐다. 성과 수준 판단에는 논문 피인용 수, 육상 대회 순위 등이 활용됐다.
광고 로드중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가 대다수는 탁월한 성취를 이루기 전에 대다수 동료들보다 성과 수준이 낮았다. 어렸을 때 좋은 성과를 낼수록 오히려 성인기에 뛰어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다는 상관 관계도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성과 수준이 서서히 높아졌고 어렸을 때 전공이 아닌 분야의 경험도 두루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 “최고의 성과 내는 원칙 존재할 수도”
연구팀은 기존 엘리트 양성 전략은 젊은 인재를 양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사한 발달 패턴이 관찰된다는 점은 최고 수준의 성취를 이루기 위한 보편적인 원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 인재 양성을 촉진하려면 그들의 발달 과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고 로드중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엘리트 교육 이론을 만들고 정책 당국자들이 정부 자금을 효과적으로 배분한다면 과학, 스포츠,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낼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