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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짚고 헤엄치기” 정부 경고에 은행들 내년 대출 조인다

입력 | 2025-12-21 17:19:39


9일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 뉴스1

5대 시중은행의 내년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2%를 밑돌 전망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이라 내년에도 특정 시점마다 ‘대출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특정 시점의 가계 대출 쏠림 현상에 보완하면서도 관리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이 2026년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 목표를 2025년도 가계대출 잔액 대비 2% 안팎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 내년에 가계대출을 올해 대비 2% 정도 늘리겠다는 잠정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직 내년도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명목 GDP만큼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2026년 명목 GDP 성장률은 4.0%다. 실질 GDP 1.9%에서 물가 상승률(GDP 디플레이터 2.1%)을 반영한 숫자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는 포용적·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 때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 영업 행태를 보면 우리는 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땅이나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먹는 것이 주축 아니냐”며 가계대출 중심의 은행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7 뉴스1

은행들은 2024년부터 금융 당국에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제시해 왔다. 2025년 초 금융 당국이 제시한 명목 GDP 성장률은 3.8%이었고, 이에 따라 5대 은행은 1~2.6%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6·27 대책이 발표된 이후 하반기(7~12월) 목표치를 축소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은행들이 목표를 0.7~1.7%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올초부터 이달 18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4685억 원으로 올초 제출한 증가액 한도 목표(8조690억 원)보다 7.4%(6005억 원) 줄어들었다. 연말까지 불과 8영업일 남은 상황이어서 5대 은행 합산 기준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은행들이 더욱 가계대출을 조인 탓이다.

하지만 빡빡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은행권 대출 셧다운이 지난해부터 연말마다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실수요자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민, 하나은행 등은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4일부터 연내 실행 예정인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까지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현재 은행권의 대출모집인(상담사)을 통한 가계대출, 대출과 연계된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등도 상당 부분 막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경제성장률 발표 기관의 연중 전망치를 수시 반영해 연말 ‘대출 오픈 런’ 등 소비자들의 자금조달계획에 불필요한 피해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내년에도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특정 시기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점은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금은 워낙 (가계부채) 절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는 총량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명목 GDP 성장률)보다 낮게 설정해 연착륙해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특정 시기에 너무 쏠림이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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