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심 집값 상승에 정부 대책 판단 혼선 국지적 과열에 전국 단위 금융 규제 강화 현금 부자 비켜가고 실수요자 대출 차단 시장의 평균 아닌 분포 기반 정책 전환 필요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광고 로드중
‘집값이 정말 불안한가.’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다. 강남 아파트 몇 단지가 급등했다는 뉴스나 몇 달 새 수억 원이 올랐다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잇따르자 정부는 곧바로 수도권 전역과 서울 전체를 묶는 고강도 규제를 연달아 내놓았다. 우선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은 매우 익숙하다. 주택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의 주택시장이 과연 고강도 대책을 필요로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인가.
정책은 위기일수록 과감해야 한다. 그러나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의 과잉 처방은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문제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과연 ‘고강도 대책을 요구할 만큼 전면적 위기’인지다. 통계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현재 시장의 모습은 정부가 내세운 ‘집값 안정’이란 명분과는 오히려 상당한 거리가 있다.
광고 로드중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 거주 요건 강화까지 더해진 고강도 패키지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책들이 겨냥한 ‘시장 전체’와 실제 주택 시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핵심은 단 하나다. 지금, 어디가 오르고 있는가.
전국 평균을 걷어내고 지역별로 나눠 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강남 3구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10%를 훌쩍 넘는다. 서울 전체 상승률이 5%대인 점을 감안하면, 비강남 서울의 상승률은 3% 안팎에 그친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이 2% 수준이므로, 강남 3구를 제외한 비강남 수도권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즉, 지금 시장의 문제는 ‘전국적 과열’이 아니라 ‘강남 3구 중심의 국지적 과열’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처방은 서울 전역, 수도권 전역, 나아가 전국 금융 시스템을 동시에 조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확대 지정한 조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의 대상과 효과가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강남 고가 아파트 거래의 주체는 대체로 현금자산가다. 이들에게 “대출을 줄이겠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는 사실상 공허하다. 애초에 현금자산가에겐 대출이 거래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그 규제의 충격은 고스란히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2030세대의 실수요자와 실수요 중산층에 돌아간다. LTV 40% 벽 앞에서 집을 포기하는 쪽은 강남의 현금 부자가 아니라 수도권 외곽의 신혼부부다.
국지적 과열을 이유로 전국 단위의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순간, 정책의 성격은 ‘가격 안정’이 아니라 ‘기회 차단’으로 변질된다. 거래는 급격히 감소하고, 지방과 비강남 지역까지 규제의 대상이 된다. 중소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은 커지고, 그 여파는 금융권과 전월세 시장으로 전이된다. 가격은 잠시 주춤할지 몰라도, 주거비 부담은 결국 다른 경로를 통해 되돌아온다.
광고 로드중
이제 논점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전국 단위·수요 억제 중심의 대책이 과연 필요한가.’ 강남 3구와 용산의 국지적 과열에는 도심 고밀 개발, 교통·교육 인프라와 연계된 선택적 공급, 그리고 실수요자 보호 장치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반대로 지방과 비강남, 수도권 외곽에는 규제가 아니라 거래 정상화와 일자리·주거를 함께 묶은 패키지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대책이 아니다. 대책을 내놓는 방식 자체의 전환이다. 시장을 평균이 아니라 분포로 읽고, 국면을 구분하며, 때로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 용기’까지 포함하는 판단이다. 강남 아파트 몇 동의 움직임에 전국이 함께 숨을 조이는 정책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