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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공포’ 극복하려 괴물을 지어냈다

입력 | 2025-12-20 01:40:00

◇매혹의 괴물들/나탈리 로런스 지음·이다희 옮김/388쪽·2만3000원·푸른숲




지난달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원작은 207년 전 만들어진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괴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지. 그런데 왜 하필 괴물일까.

괴물에 관해 오래 연구해 온 저자는 “인류가 괴물을 창조해 낸 건 ‘생존’이라는 불안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대 포유류와 자연재해에 희생돼 온 인류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괴물을 상상해 냈다. 그리고 그 괴물의 결말은 보통 죽음이었다. 즉, 생존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류가 괴물을 이용해 왔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뱀’이다. 뱀은 초기 영장류의 가장 위협적인 포식자였다. 이 역사는 길어서, 오죽하면 아직까지도 100명 중 2명꼴로 ‘오피디오포비아(뱀 공포증)’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뱀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뱀 여성’이라는 혼종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게 2500여 년 전 탄생한 ‘메두사’다. 머리카락 대신 뱀이 자라고, 쳐다만 보면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말이다.

하지만 인류는 끝내 메두사의 힘을 빼앗으면서 자연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다. 메두사는 제우스 아들 페르세우스의 손에 최후를 맞았다. 페르세우스는 잠에 든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신들에게 바친다. 아테나 여신은 그 머리를 방패에 장식했으며, 메두사 피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가졌다. 애초에 메두사가 본래 아름다운 인간 여성이었다는 이야기도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또 하나 깨닫는 사실이 있다. ‘고질라’ ‘쥬라기 공원’ 등에 등장한 인류 역사상 중요한 괴물들은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동물의 모습에 인간의 포악성을 결합시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포악한 모습을 다른 동물에 덧입혀 ‘괴물’로 탄생시킨다”며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아는 건 우리가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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