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유족회, 국회 방문 74년 지난 양민 집단 학살 사건 추모공원 외엔 유족 보상 없어 2004년부터 법안 발의-폐기 반복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를 방문해 배·보상 관련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양민이 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거창사건 사망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 배·보상 관련 법안은 16대 국회 이후 16건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거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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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가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돼 배상받고 아픈 역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고령인 유족이 해마다 국회를 방문하기 위해 새벽부터 상경하는 노력을 이번 국회는 꼭 좀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성열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장(72)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여야 의원을 만나 ‘거창사건 배·보상 관련 특별법’ 통과를 호소하러 왔다며 18일 이렇게 말했다. 유족회는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신성범 정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민홍철·전현희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났다.
거창사건은 국군에 의해 자행됐다. 6·25전쟁 때인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남한 내 산악지역으로 숨어든 인민군, 빨치산 잔존 세력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이 14세 이하 어린이 385명을 포함한 양민 719명을 학살한 것이다. 당시 군인은 시신 위에 나뭇가지 등을 덮고 기름을 뿌린 뒤 불을 질러 태웠다. 이 때문에 유족은 희생된 가족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유족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거창사건은 1996년 1월 제정된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심의위원회의 사실조사를 거쳐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이 이뤄졌다. 1998년 934명의 사망자와 1517명의 유족을 결정한 바 있고, 올해 4월 기준 343명만 생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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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김해갑)은 이달 1일 ‘거창·산청·함양 사건 관련자에 대한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족에 대한 배상과 지원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는 배상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이 법안에는 추 위원장과 거창이 고향인 지역구 출신의 국민의힘 신성범·김태호 의원 등 여야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이 9월 발의한 ‘보상법’안은 행안위에 계류돼 있다.
유족들은 이번 정부와 국회만큼은 꼭 억울하게 고통받는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족회는 “국가 권력이 무고한 양민을 집단 학살한 거창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해 유족들에게 한(恨)으로 남아 있다”며 “이번 정부와 국회에서 적극 노력해 반드시 배·보상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