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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자연 속에서 즐기는 느린 여행”

입력 | 2025-12-18 16:03:00

경기관광공사 문학 공간 4곳 추천
안성 살구나무책방 ‘북스테이’ 인기
수원 전국 최대 공공도서관 방문하고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서 문학세계여행



경기 안성 금광면 살구나무책방 내부 모습. 이곳은 4년 전 폐가였던 공간을 개조해 만든 작은 서점이다. 옛집의 서까래와 구조를 최대한 살려 인위적인 장식을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지만, 해가 짧아지는 겨울 초입은 오히려 책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긴 밤과 차분한 공기 속에서 문장은 한층 깊게 스며든다. 경기관광공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문학 여행지 4곳을 추천했다. 북적이는 관광지 대신, 천천히 머물며 책과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공간들이다.

● 책을 품고 하룻밤, 안성 ‘살구나무책방’

안성 금광면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은 폐가였던 공간을 개조해 만든 작은 서점이다. 4년 전 문을 열며 옛집의 서까래와 구조를 최대한 살려 인위적인 장식을 덜어냈다. 덕분에 책방에는 오래된 집 특유의 온기가 흐른다. 이곳에서는 새 책이 아닌 중고 책만을 판매하는데, 책방에서는 이를 ‘지난책’이라 부른다. 책방 이름은 바로 옆에 서 있는 살구나무에서 따왔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창밖 풍경은 책 읽는 시간을 한층 깊게 만든다. 안쪽 작은 방에서는 하룻밤 머물 수 있는 ‘북스테이’도 운영된다. 다만 겨울철에는 북스테이가 잠시 중단돼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올해 10월 경기 수원시에 문을 연 경기도서관은 전국 공공도서관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상 5층 나선형 구조와 창살 문양을 적용한 외관부터 시선을 끈다. 내부는 칸막이 없는 개방형 동선으로 설계돼 거대한 서재나 거실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층과 층을 잇는 ‘경기책길’, 곳곳에 배치된 작은 정원,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어우러져 숲속에서 책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지하 1층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4층에는 기후변화와 환경 관련 서적이 집중 배치돼 있고, 버려진 옷과 책, 바닷가 유리 조각 등을 활용해 소품을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도 운영된다.

● 시인의 흔적을 따라, 광명 ‘기형도문학관’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기형도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광명 소하동에서 살았다.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이곳에 있다. 2018년 3월 경기도 제1호 공립문학관으로 등록된 기형도문학관에는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친필 독서 목록에는 체홉과 니체 등 해외 작가부터 김춘수, 박목월 등 국내 문인의 이름이 적혀 있다.

시인이 사용하던 만년필과 라디오, 학창 시절의 상장과 성적표도 공개돼 있다. 문학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기형도문화공원은 숲길을 따라 시 구절을 떠올리며 걷기 좋은 공간이다.

북한강 동쪽 기슭 언덕에 자리한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은 소설가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문학 전문 박물관이다. 세계 문학관에는 세계 각국의 문학관을 여행하며 쓴 ‘세계문학관 기행’의 내용과 함께 카프카, 카뮈 등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전시돼 있다. 한국문학관에는 김지하, 김승옥, 정호승 등 국내 문인의 육필 원고가 소개돼 있고, 아동문학관은 ‘어린 왕자’와 ‘안네의 일기’를 테마로 꾸며졌다. 머그컵과 에코백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돼 문학 감상에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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