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두산에너빌리티, 종합 에너지 수출 기업 발돋움… 원전 이어 美 가스터빈 추가 계약

입력 | 2025-12-17 19:02:23

10월 해외 시장 개척 이어 추가 공급계약
올해 AI 데이터센터 발전용 가스터빈 총 5기 수주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 슈퍼사이클 진입”
납기·AS 앞세워 기존 가스터빈 업체 틈새 공략




미국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두산에너빌리티가 연말 해외 에너지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계약금 약 5조6400억 원 규모 체코 원자력발전소 핵심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에서 가스터빈 추가 공급계약을 맺었다. 특히 이번 가스터빈 공급은 지난 10월 첫 수출 계약(2기) 이후 약 2개월 만에 성사된 계약이다. 올해 해외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 개척과 함께 추가 물량까지 확보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몇 안 되는 주요 가스터빈 기업으로 거듭났다. 내년에는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사업 본계약까지 유력한 상황으로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7일 미국 빅테크와 380MW급 가스터빈(모델명 DGT6-300H.S2) 3기에 대한 추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앞서 이뤄진 초도물량 2기 계약에 이은 추가 공급계약으로 올해만 총 5기를 수주했다. 해당 미국 빅테크가 건설하는 AI 데이터센터 발전용으로 공급되는 물량으로 오는 2027년 1기(발전기 포함)를 공급하고 2028년에 2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2019년 국내 산학연 협력을 거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5000시간 실증을 마쳤고 국내에서 6기 수주 성과도 거뒀다. 국내 실증과 수주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해외 수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계약 물량까지 총 5기에 대한 해외 수출 실적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빠른 수주 확대 요인으로 검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 현지 자회사 기반 서비스 지원 등을 꼽았다. 특히 발전용 가스터빈 사업은 제품 공급 이후 유지보수 수요가 높은 분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미국 휴스턴 소재 자회사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장은 “첫 수출에 이어 추가 공급계약까지 성사되면서 두산은 가스터빈 글로벌 플레이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급성장하는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늘어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발전용 가스터빈


글로벌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 ‘공급자 우위’ 슈퍼사이클 진입
정확한 계약 금액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스터빈 업계 수주 현황 등을 고려하면 380MW급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1기 순수 기자재 및 부수설비 가격은 약 1000억~15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1기당 가격이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수익 측면에서 가스터빈 사업 핵심은 기기 공급보다 유지보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데 있다. 경쟁이 치열한 수주 산업 특성상 기기 공급에 대한 마진은 상대적으로 낮추고 독점적으로 이뤄지는 유지보수 마진은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가스터빈 1기 수명주기(20~30년)를 기준으로 유지보수 비용만으로 기기 공급 가격의 3배 이상을 거둬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조성 등으로 전력 수요가 몰리면서 기기 공급 가격까지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공급자 우위’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다. 가스터빈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동안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 약 90%를 독점해 온 빅3 업체들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수주가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글로벌 빅3 업체로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이 꼽힌다. 이들 세 업체는 오는 2028~2029년까지 신규 수주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지역 수주 물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해외 가스터빈 시장을 개척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빅테크 업체들은 건설 기간과 공급 안정성, 가동 기간, 효율 등이 장점인 천연가스 발전용 가스터빈을 주목하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가동에 시간이 걸리는 원자력 발전이나 석탄 발전과 달리 빠르게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공급전력량을 조절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당장 전력 수급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가장 이상적인 전력망으로 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생산능력의 경우 창원 공장에서 연간 5~6기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연간 8기, 오는 2028년까지 연간 12기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기존 수주 물량(국내 6기, 해외 2기+3기)을 단순 합산하면 이미 연간 생산능력을 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물량은 3~4년 동안 연간 1.5~2대씩 분할 공급 예정이기 때문에 증설 계획 등을 고려하면 이번 신규 계약 건을 비롯해 추가 물량 수주 여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빅3 업체가 수요 폭발로 수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빠른 납기와 수주 여력을 앞세워 글로벌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에 안착하는 흐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은 연간 100~120대 규모로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진출한 두산에너빌리티가 증설을 완료하면 10%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무난히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