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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뒤진 스토킹범 징역 2년 구형됐지만…왜 피해자만 집과 일터를 잃었나

입력 | 2025-12-17 16:03:26

지난 5월 27일 0시 57분쯤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를 무단침입한 스토킹 범죄 피의자 30대 A 씨가 피해자의 옷장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홈캠에 찍혔다. 뉴스1


지난 5월 경북 안동에서 20대 여성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몰래 침입해 속옷을 뒤적이고 냄새를 맡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스토킹 범죄로 분류됐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피해자 보호와 격리 조치의 미흡함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주거침입 및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안동지청은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들이 이 사건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 뒤 ‘25m 이웃’ 상태로 재판

A 씨는 지난 5월 27일 오전 0시 57분경 안동시 용상동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 2명이 사는 집에 베란다를 통해 침입해 약 1시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드나들며 여성들의 속옷을 뒤적이고 냄새를 맡은 등의 혐의로 사건 발생 이후인 6월 11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피해자 주거지에 설치된 애완동물용 CCTV 영상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초범이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양측 주거지 간 거리가 직선으로 불과 25m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서 A 씨는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사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같은 주소지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불안 속 떠도는 생활”… 피해자는 일상 붕괴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신원과 정확한 거주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인 불안을 겪었다. 경찰이 제공한 임시숙소와 지인 집을 오가며 생활해야 했고, 일상과 생계에도 타격을 입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B 씨는 “사건 이후 직장을 잃었고,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졌다”며 “집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극심한 불안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들까지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 씨는 법정에서 “피해 여성들이 이사할 때까지 모텔 등에서 지내다가, 이사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해명하며 “피해 회복을 위한 합의나 공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후진술에서 A 씨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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