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 아버지가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과 산책을 나온 모습. 동아일보DB
실제로 많은 맘카페가 무분별한 가입을 막고 커뮤니티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가입 단계에서 엄마 혹은 여성을 확인한다. 육아에 얼마나 관여하는지와 상관없이, 아빠들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 엄마·여성 인증해야 하는 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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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개인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곳이다 보니 공신력이 떨어지는 정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맘카페가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육아 선배들의 경험과 그에 기반한 생활 정보, 그리고 조언이다.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방이 한 개뿐인 집에서 아이를 혼자 재우는 게 가능할까’ 같은 질문은 포털 검색이나 전문가 상담만으로는 답을 얻기 어렵다.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은 부모들의 시행착오와 조언, 즉 집단지성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아빠들은 이런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요즘은 육아 오픈채팅방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들 역시 여성임을 확인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많은 맘카페는 무분별한 가입을 막고 커뮤니티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가입 단계에서 엄마 혹은 여성을 확인한다. 육아에 얼마나 관여하는지와 상관없이, 아빠들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육아 아빠들이 느끼는 불편은 정보 접근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육아와 관련된 각종 모임이나 관계망에도 모종의 벽이 존재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학부모 모임, 행사, 알림장 네트워크 역시 엄마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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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법도 한 것이 여전히 전업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비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 전념자’는 약 67만 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이 약 65만8000명으로 98%를 차지했다. 전업으로 육아를 맡는 ‘전업주부 아빠’는 전국적으로 1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육아 동지를 만들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도 다양한 아빠 육아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 ‘북구 꼬북이 아빠단’ 행사 모습. 동아일보DB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도 아빠 육아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시작된 ‘100인의 아빠단’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서 기수별로 운영되는 100인의 아빠단은 육아를 전담하거나 육아에 관심 있는 아빠들이 모여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돕는 모임이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같은 고민을 하는 아빠들을 만나면서 육아가 덜 막막해졌다”거나 “육아 동지가 생겨서 행복하다”라는 반응이 많다. 지인도 100인의 아빠단에서 주최한 여행 모임에 다녀왔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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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나눔터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육아를 분담하는 아빠는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1∼9월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14만1909명 가운데 남성은 5만2279명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지난해 남성 비중(31.6%)보다 늘었고, 10년 전인 2015년(5.6%)과 비교하면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육아휴직만 늘어난 건 아니다. 요즘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아빠 손을 잡고 등원·등교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혼자 외출 나온 아빠들도 낯설지 않다. 얼마 전 놀이공원에 갔는데 아빠들끼리 아이를 데리고 나와 만나는 모습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아이 놀이와 학습에 엄마보다 더 적극적인 아빠도 꽤 있다. 우리 집만 해도 아이들 과제나 준비물은 남편이 더 많이 챙긴다.
육아의 풍경이 달라진 만큼, 아빠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사회 분위기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최근 ‘산모교실’이 ‘부모교실’이나 ‘예비부모 교육’으로 바뀌고, 한때 ‘녹색어머니회’로 불리던 학교 모임이 ‘녹색학부모회’나 ‘학부모회’로 이름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차원에서 맘카페들도 문턱을 조금 낮춰보면 어떨까. 부모임을 인증해 가입을 허용하거나, 아빠 전용 게시판 하나쯤 두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육아하는 아빠들이 더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맘카페’ 옆에 ‘대드(dad)카페’나 ‘파파(papa)카페’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날도 오지 않을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