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자백의 대가’ 전도연 “여성 투톱물 아닌 두 여성 서사물 김고은, ‘캐릭터 몰입’ 완주해 내 데뷔 35년, 아직 ‘뭘 할지’ 생각”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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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고 자백할게요.”
넷플릭스 12부작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감옥에서 만난 두 여자, 윤수(전도연)와 모은(김고은)의 거래에서 시작한다. 남편 살해 누명을 쓴 윤수에게 모은이 은밀한 제안을 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도연(52·사진)은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얼굴 근육을 썼다”며 웃었다. 액션뿐 아니라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많은 작품이어서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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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투톱물을 특별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게 오히려 아쉬웠어요. 남성 배우 투톱 작품은 특이하거나 희귀하게 여기시지 않잖아요. 작품이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해요.”
김 배우와 호흡을 맞춘 건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년) 이후 10년 만. 김 배우는 현장에서 본 선배 전 배우에 대해 “저러다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매 장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전 배우는 이에 대해 “내가 몸을 사리지 않는 건, 사리는 법을 몰라서 그렇다”며 웃음을 지었다.
전 배우는 되레 후배를 향해 “쉽지 않은 연기를 해낸 배우”라고 칭찬했다.
“내가 감히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조심스러워요. 같은 배우로서 늘 ‘내가 한순간도 이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데, 고은이는 그걸 완주해낸 배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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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생각하는 제가 너무나 중요한 시기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한순간 흉내 낼 순 있었지만, 저는 직업이 배우라는 이유로 저 자신을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나’에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연기에 더 집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속일 수 없으니, 순간순간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한 거예요.”
이 과정은 그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기도 했다고. 전 배우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하게 활동하다 보면, 육체적으론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론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며 “뭘 했지보다는 뭘 해야 하지를 더 많이 생각하면서, 내 눈앞에 닥친 하루를 잘 지내자는 생각에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영화 ‘밀양’(2007년) 이후 이 감독과 거의 20년 만의 재회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 감독님과 다시 영화를 찍는 게 꿈만 같았어요. 설경구 씨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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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