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 ‘환단고기’ 연구 추궁에 野 “반지의 제왕도 역사냐” 반발… 대통령실 “연구 검토 지시 아니다” “아는게 없다” 질책 인천공항公 사장… “책 등 모든 물품 열어 검색, 공항마비”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2.12
특히 업무보고 과정에서 위서(僞書)로 평가되는 환단고기(桓檀古記)를 ‘문헌’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역사 인식 논란이 확산된 것은 물론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외화 밀반출 검색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책에 공개 반박에 나서는 등 곳곳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 李 이틀 업무보고 동안 10만 자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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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14일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가 구체가 아니라는) 지구평평설’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는) 달착륙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 기관이 의미 있게 다뤄줘야 하는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환단고기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문제 인식이 있을 수 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은 분명한 역사관 아래에서 역할을 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 野 인사 겨냥 표적 질의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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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12일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내년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지만 이 사장이 즉답을 하지 못하자 “다른 데 가서 노시냐”,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가 끝난 뒤엔 발언권을 신청해 책에 끼워 현금을 밀반출하는 사례에 대해 “현재의 기술로는 발견이 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14일에는 페이스북에 “대통령님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반박했다.
다만 관세청에 따르면 책갈피에 외화를 넣더라도 지나치게 책이 부푸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공항공사 보안검색대나 세관의 엑스레이 검색에서 적발이 가능하다. 100달러 지폐 100장 이상의 외환을 반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11일에는 국민의힘 4선 출신인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게 “공사가 나서서 해외에 새로운 수출 품목을 확대한 게 있냐”고 질문했다. 홍 사장이 ‘라면’을 사례로 거론하자 “라면이 대표적인 예다? 라면은 기업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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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서도 업무보고 과정에서 야권 출신 기관장들에 대한 질책이 부각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체 업무보고 중) 혼나는 (야권) 기관장들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