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OIL 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를 하며 시드를 지킨 현세린의 아이언샷 모습. 현세린은 “두달 간의 겨울 훈련을 통해 나만의 샷을 만들어 내년엔 꼭 데뷔 첫 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제공
광고 로드중
지난 달 2일 제주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OIL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제주가 고향인 고지원(21)이었다. ‘조건부 시드’로 2025시즌을 시작했던 고지원은 이 대회를 포함해 올해 제주에서 열린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제주의 여왕’이 됐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승자가 있었다. 고지원처럼 제주 출신인 현세린(24)이었다. 현세린은 이날 전예성, 최은우와 함께 공동 3위에 자리하며 상금 5677만 원을 받았다.
KLPGA투어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 앞서 열리는 이 대회가 현세린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이 대회까지의 상금 순위에 따라 내년 시즌 출전권(시드) 유무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KLPGA투어는 매 시즌 상금 순위 60위까지 다음 시즌 ‘풀 시드’를 준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올해 현세린은 데뷔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이 대회 전까지 28개 대회에 참가해 12차례 컷 탈락하고 한 차례 기권하면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대회 시작 전시즌 상금 순위는 63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다른 어떤 대회보다 중요한 이 대회에서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3위에 오르면서 상금 순위는 12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현세린은 시드를 지킨 건 물론이고 상금 순위 60위까지만 참가할 수 있는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다. 현세린은 결국 상금 51위(2억 2296만원)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근 본보와 만난 현세린은 ‘내려놓음’을 비결로 꼽았다. 현세린은 “S-OIL 챔피언십에서 시드를 잃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편도 끊어놓지 않았다”며 “서울로 올라오는 대신 시드전이 열리는 전남 무안으로 바로 갈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제주에 계신 김대원 스윙 코치님이 대회에서 캐디백을 메 주셨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등 코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대회를 치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세린은 이 대회에서 시드를 지킨 것을 넘어 큰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였다”며 “데뷔 후 지금까지 4라운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언더파를 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11언더파를 치면서 커리어 최다 언더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현세린은 내년 1월부터 2개월간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예년보다 기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훈련의 집중도를 위해 스윙 코치 뿐 아니라 근력 훈련을 도울 트레이너도 동행한다. 현세린은 “항상 시즌이 끝나고 나서 1년을 되돌아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내 골프 자체가 정체돼 있다고 느껴졌다”며 “내년이면 벌써 데뷔 7년차다. 새로운 변화를 주고 바뀌어야 살아남는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나만의 샷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첫 승은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