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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전’ 문턱서 살아남은 현세린 “나만의 샷 만든다면 첫 승 따라올 것”

입력 | 2025-12-12 16:07:00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OIL 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를 하며 시드를 지킨 현세린의 아이언샷 모습. 현세린은 “두달 간의 겨울 훈련을 통해 나만의 샷을 만들어 내년엔 꼭 데뷔 첫 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제공


지난 달 2일 제주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OIL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제주가 고향인 고지원(21)이었다. ‘조건부 시드’로 2025시즌을 시작했던 고지원은 이 대회를 포함해 올해 제주에서 열린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제주의 여왕’이 됐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승자가 있었다. 고지원처럼 제주 출신인 현세린(24)이었다. 현세린은 이날 전예성, 최은우와 함께 공동 3위에 자리하며 상금 5677만 원을 받았다.

KLPGA투어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 앞서 열리는 이 대회가 현세린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이 대회까지의 상금 순위에 따라 내년 시즌 출전권(시드) 유무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KLPGA투어는 매 시즌 상금 순위 60위까지 다음 시즌 ‘풀 시드’를 준다.

2020년 투어에 데뷔한 현세린은 우승은 없지만 매년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였다. 가끔씩 선두권 경쟁을 펼쳐 골프 팬들에게도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현세린은 데뷔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이 대회 전까지 28개 대회에 참가해 12차례 컷 탈락하고 한 차례 기권하면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대회 시작 전시즌 상금 순위는 63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다른 어떤 대회보다 중요한 이 대회에서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3위에 오르면서 상금 순위는 12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현세린은 시드를 지킨 건 물론이고 상금 순위 60위까지만 참가할 수 있는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다. 현세린은 결국 상금 51위(2억 2296만원)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근 본보와 만난 현세린은 ‘내려놓음’을 비결로 꼽았다. 현세린은 “S-OIL 챔피언십에서 시드를 잃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편도 끊어놓지 않았다”며 “서울로 올라오는 대신 시드전이 열리는 전남 무안으로 바로 갈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제주에 계신 김대원 스윙 코치님이 대회에서 캐디백을 메 주셨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등 코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대회를 치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세린은 이 대회에서 시드를 지킨 것을 넘어 큰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였다”며 “데뷔 후 지금까지 4라운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언더파를 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11언더파를 치면서 커리어 최다 언더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현세린은 2026년은 자신이 ‘다시 태어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세린은 “데뷔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샷이 좋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냥 저냥 무난한 성적이 나오는 것도 내겐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며 “올 초에도 샷을 완전히 뜯어 고치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완성을 하지 못했다. 내년엔 반드시 ‘나만의 샷’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현세린은 내년 1월부터 2개월간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예년보다 기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훈련의 집중도를 위해 스윙 코치 뿐 아니라 근력 훈련을 도울 트레이너도 동행한다. 현세린은 “항상 시즌이 끝나고 나서 1년을 되돌아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내 골프 자체가 정체돼 있다고 느껴졌다”며 “내년이면 벌써 데뷔 7년차다. 새로운 변화를 주고 바뀌어야 살아남는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나만의 샷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첫 승은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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