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창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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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규제 완화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등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서 보험상품을 판매(방카슈랑스)할 수 있는 비중을 올해 4월부터 혁신 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25%에서 생명보험 33%, 손해보험 50%까지 확대한 데 이어 약 7개월 만에 생명보험은 50%, 손해보험은 75%까지 추가로 상향하기로 했다. 다만 계열사는 현행과 동일하게 25%로 유지한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에 대한 정책효과와 시장 파급 등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확대가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판매 채널 중 하나인 은행은 접근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더 폭넓은 상품 비교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효과가 실질적으로 증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확대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귀속되는지 또는 특정 채널로 집중되는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은행은 강력한 판매 플랫폼인 만큼, 판매 비중 상한이 높아질수록 보험사와의 제휴 구조와 판매 전략 등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판매 비중 확대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정책 목표로 연결되는지 면밀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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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판매 비중 확대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로 작동하려면 은행 창구에서 다양한 상품에 대한 비교 설명과 추천이 실제로 실행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판매 비중 상한이 높아질수록 은행이 특정 보험사와 제휴를 집중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그 경우 소비자가 접하는 상품군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규제 완화가 소비자 편익 제고와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판매주도권이나 수수료 경쟁으로 기울 경우 왜곡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판매 비중 추가 확대는 특정 보험사와의 제휴 편중, 불완전판매 등을 예방하는 감독 장치가 함께 설계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발묘조장(拔錨助長)은 ‘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가 ‘시범적인 운영’이라고 할지라도 급격한 변화보다는 소비자와 보험산업에 미칠 결과를 예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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