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몸에서 누나가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 검출 피의자 입건 누나 측 “피붙이 해칠 이유 없어”
4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오후 8시경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40대 탈북민 남성 한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누나인 50대 한 씨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3시간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 거실에 누워 있던 동생을 깨웠으나 반응이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 누나의 남편이자 숨진 남성의 매형인 50대 강모 씨는 당시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집은 누나 부부의 집이었다. 10년 전 탈북한 동생 한 씨는 누나 집 근처에서 거주하며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검안 결과 동생 한 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였다. 신고 1, 2시간 전 타인에 의해 목이 졸린 것으로 추정됐으며, 현장에서 방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누나 부부를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당시에는 “용의자로 특정할 증거가 없다”며 긴급체포하지 않았다.
광고 로드중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던 경찰은 최근 누나 한 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동생 한 씨의 약물 검사에서 누나가 복용하던 수면제와 동일한 약물이 검출된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누나 한 씨가 동생과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누나 한 씨 측은 “북에서 함께 내려온 피붙이 동생을 해칠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씨 측은 “최근 부부 관계가 악화해 이혼 갈등이 있었고, 동생이 누나 편에서 중재해 왔다”며 오히려 남편 강 씨가 범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경찰이 사건 초기에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아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고 주장했다. 남편 강 씨는 탈북민이 아닌 한국인이다. 경찰은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