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내몰리고 재취업도 힘들어 30대 이하도 감소… 내수침체 직격탄 부업자수 줄었지만 30, 50대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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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지냈던 김모 씨(56)는 지난해 말 정년을 5년 앞두고 은행을 그만뒀다.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밀려 지점장 보직을 내주고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것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명예퇴직금을 받고 한 해라도 빨리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결심을 부추겼다.
수개월의 휴식기를 가진 김 씨는 재취업에 나섰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웬만한 중소기업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가까스로 한 생명보험사에 보험설계사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정식 채용이라기보다 개인 사업자 개념인 보험설계사 외에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입이 80% 이상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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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줄어든 ‘50대 김 부장-30대 이 대리’
2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구주 연령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51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506만1000원) 대비 1.1% 증가했다. 하지만 가구주가 50대인 가구는 626만1000원으로 2.4% 줄었고, 30대 이하도 470만6000원으로 0.7% 감소했다. 50대 가구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9년 이래 처음 근로소득이 줄었고, 30대 이하는 4년 만에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기업의 신입연차와 정년연차의 소득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는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인한 고용시장 타격이 젊은층과 50대에 집중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 초년생이거나 경력이 길지 않은 20, 30대는 기업에서 핵심 인력으로 분류되기 전이라 보호받지 못하고, 은퇴를 앞둔 50대 역시 기업 구조조정에서 최우선 후보”라며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기업의 인력 교체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30대 이하와 50대는 고용 불안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소득 공백 메우려 ‘생계형 투잡’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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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7∼10월 부업자 수는 월평균 65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66만1000명) 대비 1.1% 줄었지만 30대와 50대만큼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이 기간 30대 부업자 수는 월평균 7만 명에서 7만7000명으로 10% 급증했고, 50대 부업자 역시 8.7% 늘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시장이 안 좋아진 것은 벌써 수년 전부터 이어진 문제”라며 “‘AI 대전환’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 신산업 육성 계획 등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