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편들기보다 공존할 길 찾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12.3.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 회복 1년 계기’ 외신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국의 이웃인 중국과 일본의 언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유사사태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 속담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이고 국가간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최대한 공존하고 존중하고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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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하고, 가능한 영역이 있다면 우리로서도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국가간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우리가 사업하는 동업자 관계인데 이 사람이 내 돈을 빌려가서 떼먹었다고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다”며 “떼먹은 건 그것대로 해결해 가면서 협력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가까운 이웃이고 뗄래야 뗄 수 없는 지리적·역사적·문화적 관계를 갖고 있어 협력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독도를 둘러싼 감정적 갈등이 현실적 갈등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며 “사도광산 같은 과거사 문제도 사실은 깔끔하게 해결된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것 때문에 다른 협력까지 연결시켜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일방만 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서 협력하고, 미완의 과제는 미완의 과제대로 논의하고 해소해가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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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협력 가능한 분야는 문화·경제·민간교류 영역이 아닐까 싶다. 동북아 안정을 위한 안보 협력도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갈등이 격화돼서 군사적 대결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 APEC을 계기로 성사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유용했다”며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불안정하게 외교관계를 유지했다면 매우 안정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진척시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에 있어 한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과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의지도 강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도 크기 때문에 북미 대화를 위한 제반 조건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체제 보전이 가장 중요한 최종 과제인데 체제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지 대한민국은 주요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러나 사실 한반도 상황의 직접 당사자는 대한민국과 북한 측이다. 북미 관계가 먼저 개선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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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의 정상회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때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지도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인 우리는 괴롭고 힘들지만, 약간 거친 면도 있어 쉽지는 않지만 그 역시도 미국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며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 통상 안보협상에 꽤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러나 흔쾌히 결과에 대해 존중하고 상대를 인정해주는 점이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김정관 장관에 대해 ‘터프한 협상가였다, 무능한 사람이기를 바랐는데 힘들었다’는 표현을 한 것 같은데 멋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자주 대한민국과 미국 간 여러 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논의할텐데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우리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