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옛날 옛적 까마득한 시대에 살았던 생명체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이유가 있다. 이들에겐 연구실 밖 연구가 중요하다. 열심히 들여다볼 무언가를 직접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 무언가가 수천, 수만 년 동안 닳고 조각난 뼈나 이빨 조각들인 데다 거친 야생에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사막이나 오지를 헤매고 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소득 없는 빈손이 일상이라 그야말로 필요한 게 우연한 행운이다.
미국 시카고대의 고생물학자 닐 슈빈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6년, 3억7500만 년 전 바다에 살던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오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인 ‘틱타알릭(Tiktaalik)’을 발견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틱타알릭은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중간 단계 화석이다. 그는 이걸 발견한 과정을 밝힌 ‘내 안의 물고기’라는 책에서 “우연 덕분이었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우연이 그에게 모든 고생물학자가 부러워하는 행운을 가져다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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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화석이 있을 만한 곳을 알아야 한다. 둘째, 남의 뒤를 쫓지 마라. 마지막으로, 좋은 장소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는 사람이 있어도, 덜 좋은 새로운 곳으로 가라.
틱타알릭 발견 역시 이 덕분이었다. 세상은 그가 2006년 어느날 갑자기 전 세계 언론 매체에 스타로 등장한 것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 ‘어느날 갑자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무려 7년을 공들인 결과였다. 그가 이끈 탐사팀은 북극권인 캐나다 엘즈미어섬을 1999년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1년 중 탐사가 가능한 기간은 눈이 녹는 몇 달뿐이었고, 관심을 두어야 할 지역은 1500km나 됐다. 비용이 다 떨어져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한 그때, 그 절박한 눈에 보인 게 틱타알릭이었다. 틱타알릭은 이곳 작업을 허락해준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제안한 이름으로 ‘커다란 민물고기’라는 뜻이다.
슈빈 같은 고생물학자들에게 귀한 화석은 보물이다. 이런 보물을 찾으려면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같은 것들이다. 어디 화석뿐인가. 세상 모든 보물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이 고생한 과정을 좍 풀어놓으며 말한다. “행운이란 그런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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