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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내신등급 유리”… ‘학생 많은 학교’ 선호

입력 | 2025-11-30 20:35:00


이르면 이달 3일 2026학년도 서울시 고교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부모와 학생의 관심이 ‘학생 수 많은 학교’로 쏠리고 있다. 과거에 학교를 고려할 때 명문대 진학 실적이나 면학 분위기, 통학 거리 등을 고려했다면, 최근에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를 가야 고교학점제하에서 수업받기 편하고 내신 등급을 받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계산에서다.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며 내신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됐지만 중상위권 이상 학생들 사이에서는 내신 변별력 약화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부담이 커졌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1등급(10%)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에서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내신에서 좋은 등급컷 확보가 쉽지 않고,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기 어렵다는 점도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비선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학교당 교원 수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 때문에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여러 과목이 개설되기 어렵고, 교사 한 명이 여러 과목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교학점제 시행 초기부터 현장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인구 8만5000여 명에 일반고가 3곳인 경기 과천시에서는 학교당 학생 수가 적어 내신과 고교학점제에 불리하다며 학부모와 시에서 학교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고교 진학 철을 앞두고 각 지역의 학부모 카페에서는 ‘학생 수 많은 학교 상위 10곳’ 등의 명단이 공유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 일반고 중 고1 학생이 200명 미만인 곳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2024학년도 기준 전국 일반고 1696곳을 분석한 결과 1학년 학생 수가 200명 미만인 일반고가 절반 이상(52.1%)이었다. 고1 학생 수 100명대인 곳이 전체 일반고의 35.8%(607곳)로 가장 많았다. 100명 미만인 학교는 16.3%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부담으로 학생 수가 고교 선택의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별 고1 학생 수는 지역별로도 차이가 크다. 300명 이상 학교 수가 많은 지역은 경기(125곳), 서울(30곳), 충남(19곳), 인천(15곳) 등이다. 강원, 전남, 충북은 300명 이상 학교가 없다. 사는 지역에 따라 내신 유불리가 갈린다는 의미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고1 학생 수 300명대만 돼도 내신 등급 확보에 유리한 학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중3 학부모 한모 씨는 “고1 내신 성적을 잘 못 받으면 자퇴하는 학생들이 있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들었다. 학교를 고려할 때 학생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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