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트 체인 ‘트레이더 조’ 자체 소식지로 정보 제공하고, 고임금으로 유능한 직원 확보 비용보다 ‘최고의 입지’ 우선시 ◇비커밍 트레이더 조/조 쿨롬, 패티 시발레리 지음·이주영 옮김·정김경숙 감수/376쪽·2만3000원·더퀘스트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최초로 설립된 트레이더 조 매장 전경. 사진 출처 트레이더 조 홈페이지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 시대다.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이면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텅 비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몰도 없고, 가격 할인도 없으며, 광고조차 하지 않는데도 미국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에서 압도적 1위를 자랑하는 마트가 있다. 미국 경험이 있는 이들에겐 친숙한 마트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다.
예를 들어 1970년대 베트남전 지출과 1973년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했을 때 트레이더 조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실행했다. 첫째, 자체 소식지를 발행했다. 둘째, 공정거래법의 빈틈을 활용해 수입 와인 가격을 대폭 낮췄다. 셋째, 친환경 식품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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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소식지는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정보물에 가까운 교육적 매체가 됐다. 고객들이 아예 3공 바인더에 묶어 보관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이에 한동안 트레이더 조는 표지에 바인더용 구멍을 인쇄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트레이더 조가 ‘교육 수준은 높지만 소득은 낮은’ 소비자층에게 유독 큰 지지를 받은 이유를 보여준다. 소식지는 트레이더 조가 다른 소매업체와 확연히 구별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이 획일적 ‘대중’이 아니라 취향과 가치관을 지닌 ‘독립적 개인’으로 자리 잡도록 도운 셈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인재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왜 지금까지 트레이더 조를 모방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답은 명확하다. 높은 임금과 후한 복지를 제공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었고, 따라서 트레이더 조만큼 유능한 직원들을 끌어오고 지켜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기준은 단순했다. 매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풀타임 직원이라면 캘리포니아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벌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최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인기를 끈 트레이더 조의 미니 캔버스 토트백. 사진 출처 트레이더 조 홈페이지
에코백 품절 대란이나 냉동김밥 인기 등 한국인에게도 ‘힙한 마트’로 여겨지는 트레이더 조의 성공 법칙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켰다. 이건 경영인은 물론이고 다른 누구라도 세상살이에서 명심해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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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