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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P 울산] 전통 칠보 기업 남정, ‘K럭셔리’ 도약 위한 투자 유치 전략은?

입력 | 2025-11-28 15:53:00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클로이수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다양한 형태의 칠보 제품 / 출처=남정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는 뭐가 다른 걸까? 제품 자체의 개성적인 디자인이나 높은 품질은 기본이고, 여기에 이른바 ‘헤리티지(Heritage)’라고 하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 및 스토리까지 갖춰야 비로소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전통 수작업품 역시 명품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전통 수작업품을 현대적 명품으로 재해석하고자 시도한 브랜드가 적지않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전통 기법을 유지하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면 정체성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한국 칠보 브랜드 ‘클로이수(Cloisoo)’를 운영하는 남정의 김홍범 대표는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하여 내년 5월에 서울 모 유명 백화점에 독립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다만 백화점 매장 오픈 및 운영에는 적잖은 자본이 든다. 이를 위한 투자 유치를 앞둔 시점에서 김홍범 대표는 울산시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가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유력 벤처캐피탈(이하 VC)인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 소속의 투자 전문가, 이세종 상무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1400년 칠보 역사의 뿌리, 울산에서 찾다

김홍범 대표는 멘토링 자리에서 클로이수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운을 띄웠다. 클로이수의 뿌리는 1968년 창덕궁 낙선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낙선재에서 문화 활동을 시작하면서 칠보 작업도 진행했고, 고(故) 김익선 고문이 이 작업에 참여했고, 배우자인 이수경 명인이 왕실 칠보 기법을 전수받았다.

김익선 고문과 이수경 명인 부부는 초기에는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하지만 고문서를 통해 약 1400년 전 신라시대에 칠보가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곳이 바로 울산지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칠보의 뿌리와 기원을 찾아 그들은 울산으로 거점을 옮기며 전통 칠보의 명맥을 이어왔다.

칠보 작업에 임하는 이수경 명인 / 출처=남정


김홍범 대표는 김익선 고문과 이수경 명인의 아들이다. 부모님의 칠보 작업을 보며 자란 그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업에 뛰어들었다. 2002년 남정을 설립했고, 2014년에는 클로이수 브랜드를 론칭했다. 23년의 업력 동안 그는 단순한 2세 경영인이 아닌, 우리의 전통을 현대적 명품으로 재창조하는 혁신가로 거듭났다. 현재도 울산 남구에 본사와 갤러리를 두고 칠보의 본향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홍범 대표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이제 1단계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 착공해 5월 오픈 예정인 서울 모 유명 백화점내 매장은 본격적인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리뉴얼, 인력 충원, 업무 프로세스 등 모든 준비를 진행 중이다.

세 번의 위기, 그리고 돌파

다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김홍범 대표는 사업을 이어오며 세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첫 번째는 2014년 아버지 김익선 고문의 별세였다. 최고 장인이신 아버지의 부재로 위기였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 직접 더욱 작업을 열심히하며, 정면 돌파로 이를 극복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16년 이전까지 명확하지 않았던 타겟 고객 문제였다. 다양한 금액대의작품을 제작하다 보니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졌다. 김홍범 대표는 과감하게 고급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작업장도 더 나은 환경으로 이전하고, 작품 이외의 부분들도 더욱 업그레이드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했다.


세 번째이자 가장 큰 위기는 코로나19였다. 월매출이 급감하는 않좋은 상황이었다. 이때 김홍범 대표는 특화된 VIP 고객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소수의 상위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객들은 칠보의 아름 다움과 매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좋아했다. 자연스레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김홍범 대표는 VIP 클래스를 통해 얻은 피드백을 철저히 적용하면서 회사의 모든 부분이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품질이 올라가고 진짜 명품을 원하는 고객층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극복 경험은 그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본격적인 도약 앞두고 커지는 고민

이렇게 세 번의 위기를 극복하며 클로이수는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내년 서울 명품 백화점 매장 오픈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홍범 대표는 앤젤 & 엑셀러레이터 펀딩은 받았고 각종 IR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VC 투자는 매장 오픈 후 받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울산에 위치한 본사 매장을 소개하는 김홍범 대표 / 출처=남정


명품과 VC 투자사이

이세종 상무는 김홍범 대표의 IR 자료를 검토한 후 하나씩 질문을 던지며 현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먼저 명품 사업과 VC 투자의 본질적인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계 명품 브랜드의 지배와 운영 구조를 설명하며, 희소성과 브랜드 통제력을 핵심 가치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세계 명품 브랜드로의 자립이나 M&A, IPO(기업공개) 등 다양한 전략을 전수했다. 각 전략에 임할 때 남정이 풀어야 할 도전 과제와 자금 확보 전략을 함께 이야기했다.

이어 이세종 상무는 남정의 내외부를 굳게 만들 성장 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매출 규모와 스케일업 방안, 투자자들의 특성과 투자금 유치 전략, 이를 위한 기업의 운영 구조와 매출 확대 방안도 함께다. 2026년 예정된 백화점 명품관 입점 관련해서도 여러 조언을 건넸다.

한편으로는 남정이 명품 브랜드에 걸맞는 기초 체력을 기르도록 제품군 확장, 브랜드 리뉴얼과 통일도 고려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김홍범 대표는 여기에 화답해 이미 남정과 클로이수의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정의 브랜드 컬러와 로고, 패키지와 홈페이지를 일신, 하나의 통일된 브랜딩을 완성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 클로이수 칠보 제품은 정교한 수작업 공정을 거친다 / 출처=남정


김홍범 대표는 남정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질문을 이세종 상무에게 건넸다. 이세종 상무는 여기에 VIP 멤버십 고도화,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김홍범 대표가 이미 가장 어려운 단계를 통과했으며, 이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기로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격려했다. 다만 명품 사업은 단기간에 규모를 키우기보다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품 브랜드의 길, 인내와 전략적 접근 필요

멘토링을 마친 김홍범 대표는 “VC 투자의 본질과 명품 사업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게 됐다”며. 특히 “내년 백화점 매장 오픈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VC 투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세종 상무는 “클로이수는 58년의 헤리티지와 검증된 품질을 갖춘 브랜드”라며 “특히 왕실 칠보를 3대째 이어온다는 스토리는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도 강력한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통 수작업을 명품으로 키우는 것은 전략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968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김익선 고문과 이수경 명인이 전수받은 왕실 칠보. 1400년 칠보 역사의 뿌리를 찾아 울산으로 거점을 옮긴 두 장인의 결정은 이제 아들 김홍범 대표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 번의 위기를 극복하며 다져진 경영 역량과 장인 정신, 그리고 울산시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체계적인 지원이 만나는 지점에서, 클로이수가 ‘K럭셔리’의 대표 주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백화점 명품관 입점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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