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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중단땐 농수산물 매출 반토막”… 지역 소상공인 한숨

입력 | 2025-11-28 03:00:00

“신선도 생명, 팔지말란 소리나 같아
매출 감소땐 직원들 일자리도 위협”
식재료 공급받는 식당도 피해 우려
물류학회 “소상공인 18조 손실”




“새벽배송 금지는 사실상 수산물을 팔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습니다. 현실화되면 매출이 50% 이상 줄어드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부산에서 가자미·오징어 등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비비수산의 안철호 대표(47)는 27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2020년 사업을 시작한 안 대표는 쿠팡을 통해 수산물을 판매하며 지난해 90억 원에서 올해 120억 원까지 매출이 늘었다. 안 대표는 “매출이 증가하면서 19명이었던 직원도 38명으로 늘어났다”며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직원들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중심으로 0∼5시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서산간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통해 매출을 올리던 소상공인들은 새벽배송이 어려워질 경우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걱정하고 있다.

민노총 측은 새벽 물량을 주간 배송으로 전환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신선식품 특성상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의 한 버섯 농가 관계자는 “농수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인데 배송이 늦어져서 신선도에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구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동자들이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23/뉴스1 


쿠팡은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도서산간 지역의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쿠팡이 3조 원을 투자해 전국 9개 지역에 물류 인프라를 추가로 구축하면서 익일 새벽배송이 가능해졌다.

소상공인 업계는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가 위축될 수 있다며 민노총에 철회를 요청한 상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달 8일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뿐만 아니라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받아 하루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내수 부진으로 인한 역대급 위기 속에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생존의 위협”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이 금지될 경우 연간 50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최대 물류산업 학회인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 보고서를 통해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이 중단돼 택배 주문량이 약 40% 감소하면 연간 54조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실 규모는 전자상거래가 33조2000억 원으로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고, 소상공인 피해 예상액은 18조3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4000억 원에서 지난해 11조8000억 원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맞벌이 가정, 1인 가구 등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한편 이날 국회전자청원에 올라온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 동의율은 오후 5시 기준 2만5700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맞벌이 가정에서는 늦은 밤 준비물이나 생필품을 사는 것이 새벽배송 덕분”이라며 “국회·정부가 특정 단체의 주장만 듣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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