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 최소 65명 숨지고 279명 실종 “1997년 홍콩 中에 반환 이후 최악 참사” 땅값 비싸 ‘다닥다닥 고층건물’ 화재 취약 가연성 대나무 비계로 순식간에 불 번져 인부 흡연 모습도…담뱃불 실화 가능성
2025.11.27. [홍콩=AP/뉴시스]
2025.11.27. [홍콩=AP/뉴시스]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혀 초고층 건물을 밀집해 짓는 홍콩의 건축 환경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보수 공사를 위해 건물 외부에 설치해 놓은 가연성 자재들이 불길을 빠르게 옮기는 매개체가 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비싼 땅값 때문에 생긴 초고층 밀집 구조가 화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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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7. [홍콩=AP/뉴시스]
홍콩 아파트 단지 화재로 대피한 주민들. 2025.11.27. [홍콩=AP/뉴시스]
홍콩 당국은 이날 오후 6시 22분쯤 화재 경보 단계 중 가장 높은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했다. 내부에 가족이나 지인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이어졌지만, 소방관들은 건물 내부의 뜨거운 열기와 떨어지는 파편 탓에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난 건물 7개 동 중 4개 동은 27일 새벽이 돼서야 진화됐고, 나머지 3개 동은 이날 오후까지도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27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65명이 숨지고, 7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실종자 대부분이 아직 건물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당국은 이번 화재가 27시간 만에 진화됐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화재는 1996년 주룽(九龍) 지구 빌딩 화재로 41명이 숨진 이후 홍콩 최악의 화재”라고 전했다.
26일(현지 시간)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홍콩=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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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곳은 1983년 준공돼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공공 아파트 단지로 48~54m² 크기의 소형 주택 위주다. 현재 약 2000가구에 48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아파트 외벽을 따라 설치된 대나무 비계도 화재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40년이 넘은 건물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홍콩 당국 규정에 따라 해당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최근에는 중국 본토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금속 비계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홍콩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화재에 취약한 대나무 비계를 사용해 왔다. 실제 이번 화재 참사 현장에서 ‘딱딱’ 하는 대나무 타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비계와 그물망을 타고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고 홍콩 밍보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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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공사 업체 관계자 3명 긴급체포
2025.11.27. [홍콩=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구조와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화재로 다음 달 7일 열리는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된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향후 선거 진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홍콩의 막대한 부동산 가격이 오랫동안 주민들의 사회적 불만으로 작용해 왔다”며 “이번 화재 참사가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당국에 대한 분노로 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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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