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한 ‘순천 케어콜’ 사업 혼자 사는 중장년-노인 대상 운영 일주일에 한 번씩 AI와 전화 통화 ‘아프다’ ‘죽고싶다’ 등 표현나오면, 즉시 관제센터 상담사 연결되기도
전남 순천시 직원이 홀몸가구 100곳에 설치한 ‘스마트 돌봄플러그’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확인하며 안부를 살피고 있다.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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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안부전화가 전남 순천에서 혼자 사는 60대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전남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순천시는 AI 안부전화인 ‘순천 케어콜’ 사업을 통해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신속한 대응으로 당뇨 합병증으로 거동이 어려웠던 60대 남성의 생명을 구했다고 26일 밝혔다. AI 안부전화는 지난해부터 순천에서 홀로 사는 중장년과 노인 등 330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AI가 일주일에 한 번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관제센터 상담사에게 자동으로 연결된다. 상담사는 대상자에게 하루 세 번 추가 전화를 하고, 끝내 연결되지 않으면 읍·면·동 직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순천의 한 주택에 홀로 살던 60대 이모 씨는 17일 하루 동안 AI 안부전화와 상담사의 전화 등 모두 4차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덕연동 행정복지센터 직원 박모 씨는 17, 18일 이틀 동안 이 씨의 집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그는 19일 다시 집을 방문해 이 씨를 만나 “발이 조금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박 씨는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가자”고 권했지만, 이 씨는 “괜찮다”며 거절했다. 박 씨가 20일 네 번째로 집을 방문했을 때, 이 씨는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상태였다. 박 씨는 119에 신고해 이 씨를 순천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은 이 씨의 발가락 괴사 상태가 심각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응급 수술을 실시했다. 이 씨는 수술 과정에서 다리 일부를 절단했으며, 생명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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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순천시는 AI 안부전화뿐 아니라 홀몸가구 100곳의 전력 사용량을 확인하는 ‘스마트 돌봄플러그’, 홀몸노인 2600명의 스마트폰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순천 살핌 앱’을 통해 위기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김은미 순천시 사회복지과장은 “AI 안부전화는 통화 도중 ‘아프다’, ‘죽고 싶다’ 등의 표현이 나오면 즉시 관제센터 상담사로 연결되는 등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며 “현장 복지 담당 직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에는 주민 177만9246명, 91만3613가구가 살고 있으며, 1인 가구는 약 30만 가구다. 2023년 전남 지역의 고독사 사망자는 120명으로 집계됐다.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고독사 예방과 관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포시는 취약계층 홀몸노인 155명을 대상으로 주 1회 유제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건강플러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순천시는 순천종합사회복지관 직원 4명이 주 1회 홀몸노인 40여 가구를 방문해 청소와 식사 준비를 돕는 ‘우렁각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나주시는 홀몸노인과 중장년층이 함께 화분을 만드는 ‘반려식물 키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까지 80명이 참여했으며, 다음 달에도 40명을 대상으로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장형하 나주시 희망복지지원팀장은 “참여자들이 직접 만든 화분에 애정을 갖고 돌본다”며 “홀몸 중장년층과 노인들의 사회적 연대감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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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