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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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자 경제 안보 전략 산업으로 국력을 상징한다. 제철보국의 기치 아래 1973년 첫 쇳물 출선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뒷받침해 온 이 산업이 지금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위기의 본질은 국내 경제 성장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화에 따른 이윤 압착(Margin Squeeze) 현상의 고착화에 있다. 공급과잉 국가들의 공격적 수출 전략은 수입국의 통상 장벽 구축을 촉발했고, 이는 수출 여건 악화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침체한 내수 시장에 수입재 침투가 가속화하면서 안팎으로 구조적 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이에 가성비형 범용재에서 차별화된 고부가재로의 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2035’로 대표되는 저탄소화 정책이 또 다른 과제로 다가왔다. 철강산업은 탄소 감축의 부담이 가장 큰 업종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이를 기회로 보고 저탄소 전환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리 역시 탄소중립을 환경 정책을 넘어 경제 산업 안보 관점에서 접근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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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 환경을 토대로 철강산업의 고부가·저탄소 전환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 철강산업의 높은 혁신 잠재력이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부가 저탄소·고부가 강종 연구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개발된 고부가 철강재가 세계 시장의 표준이 되도록 실증연구와 국내외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
궁극적 저탄소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함께, 전환 과도기 그린 경쟁력 확보도 필수적이다. 이에 따르는 비용 보전과 저탄소 제품 시장 창출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과 유사한 구매 인센티브, 공공 조달 확대가 필요하다.
필자는 올해 초부터 민관 합동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의 공동위원장으로서 정부, 업계와 함께 철강산업의 미래를 논의했다. 제안된 정책들은 11월 4일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입법 문턱을 넘기 직전인 ‘철강산업 특별법’에 반영되어 있다.
이제 만시지탄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정책과제 이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이 철강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이자 티핑포인트(급변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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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