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교섭창구 단일화에 예외 적용… 노동위가 ‘교섭단위 결정’ 권한 커져 분리기준 모호… “노노갈등 부추겨” 車-조선 등 수천개 노조와 협상 우려… 정부, 절차 지침-매뉴얼 연내 발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령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하청업체 노조도 원청 사업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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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4일 브리핑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틀 내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밝혔다. 경영계가 요구한 ‘교섭 창구 단일화’와 노동계가 요구한 ‘원·하청 교섭 단위 분리’를 절반씩 섞은 내용이다. 하지만 내용이 모호해 오히려 현장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에 노노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2010년 노조법에서 복수 노조를 허용하되 사업장 혼란을 막기 위해 교섭창구만은 단일화하기로 한 뒤 15년째 정착된 구조를 통째로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내년 3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에 앞서 노사 교섭 절차에 관한 지침, 매뉴얼과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을 마련해 연내 발표한다.
● 노동위가 하청 노조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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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성 인정 범위도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용자성은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를 말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판단 기준은 8가지다. 반면 사용자에 대해선 그 기준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사용자성 판단 지원 위원회’(가칭)에 대해서도 경영계 시각은 회의적이다.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노동위 결정에 대해 노사 모두 동의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무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양측이 따를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고 했다.
● “노조 수천 개와 교섭해야 하는 상황 발생할 수도”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하청 노조와 매년 어느 정도나 교섭해야 할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수천 개의 하청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내 하청과 사외 하청에다 직무별로도 생산, 사무직 등 교섭단위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수천 개에 달한다. 원청 사용자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분리해서 교섭해야 할지 모호하다.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현장 사무소를 두고 다양한 하청업체와 일하는 건설업체들은 혼란이 더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국에 현장이 100개 정도 있으면 대략 30개 하청업체와 거래한다고 해도 관련 하청 노조가 최소 3000개”라며 “아파트 건설 현장은 2, 3년 정도면 프로젝트를 종료한다. 현실적으로 노무 관리가 매우 어렵고 사용자성 판단에 대한 혼란도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노사 현장의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때마다 교섭단위 분리와 병합, 사용자성 판단이 반복되면 현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동부가 지침, 매뉴얼 등으로 제도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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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