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상향 전의 반지하 세대 모습. LH 주거복지계획처 제공
2022년 8월 물 폭탄에 가까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지하층 주택의 침수 사고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자연재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오세윤 씨(45·가명)도 침수 우려에 가슴을 졸였던 반지하 입주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화장실은 역류했고 집 벽은 빗물에 젖었다”며 “관악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흙탕물, 돌멩이, 나뭇가지들이 집 앞에 모이고, 창문 턱까지 물이 차오르는 걸 보니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오 씨는 언제 또 폭우가 쏟아질까 그해 여름 내내 가슴을 졸였다. 걱정의 나날을 보내다 LH 이주 지원 119센터로 도움을 요청했고, 2주 뒤 ‘반지하 입주민 주거 상향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오 씨는 옮겨갈 공공주택을 직접 방문한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거실의 큰 창을 통해 그동안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햇빛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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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거주유형별로는 쪽방, 비닐하우스 거주자 중심으로 이뤄지던 주거 상향 대상이 지난 2020년부터는 반지하 등 재해 우려 주택 거주자로 확대됐다. 특히 집중호우 등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거주자를 미리 LH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등 주거 상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LH 이주 지원 119센터’ 통해 이전부터 정착까지 밀착 지원
이주에는 LH ‘이주 지원 119센터’의 역할이 컸다. 센터는 주거급여 대상 가구 실태조사 과정에서 이주 의사가 확인되면 상담을 통해 공공임대 신청 접수를 대행하고, 입주 이후 정착까지 맡는다.주거 상향 후 공공주택 내부 모습. LH 주거복지계획처 제공
다만 이주 이후 고립감, 이웃과의 단절로 인해 다시 기존 반지하·쪽방촌으로 돌아가려는 사례도 있다. LH는 이를 막기 위해 사회복지기관 연계, 일자리 알선 등 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는 60개의 이주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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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1044호 이주 완료… 남은 세대에는 침수 방지 시설 설치 등 재해 예방
2022년부터는 LH가 보유한 매입임대 반지하 1810세대도 지상층으로 이주시키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1044호(58%)의 이주가 완료됐다.LH는 유사 조건의 지상층 매칭, 이주비 지원, 2년간 임대료 유예 등 부담 완화 조치도 적용 중이다. 현장 실사와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침수 위험도, 어린이·고령자·장애인 여부 등을 반영해 2026년까지 차례대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주가 끝난 지하층 공간은 지역 공동체 시설로 재탄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매입임대주택 반지하 4개 호(약 154.5㎡)가 무인 보관시설인 스토리지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이외에도 시흥시와 협력해 일부 반지하 공간을 ‘주거 취약 가구 집수리 아카데미(뚝딱뚝딱 고쳐방)’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LH는 최근 기후 변화로 여름철 도심 내 기습 폭우나 집중 호우가 빈번해 짐에 따라, 침수 피해에 취약한 반지하 가구를 대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섰다. 2023년까지 침수 우려가 있는 매입임대 반지하 가구에 차수판 등 침수 방지시설(차수판, 침수 경보장치, 역류방지 장치, 배수펌프, 방범용 방충망 등) 설치를 마쳤으며, 이후 매년 침수 대비 시설물 안전 점검을 상시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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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