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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받는 아내 되지 않겠다”…트럼프와 갈라선 그린, 의원직 사퇴

입력 | 2025-11-23 15:53:00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 공화당 하원의원.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한때 ‘여자 트럼프’로 불렸지만, 최근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계기로 트럼프와 갈라선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 공화당 하원의원이 내년 1월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등 지지 철회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그린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성명을 통해 “내년 1월 5일을 끝으로 의원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반대파와 맞서 싸웠음에도 트럼프가 거금을 들여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게 나아지기만을 바라는 ‘학대 받는 아내(battered wife)’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년 임기의 하원의원으로 재선된 그의 임기는 2027년 1월까지다. 그린 의원이 사임할 경우 하원 공화당 의석은 218석으로 민주당(213석)과의 격차가 줄어든다.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자’인 그린 의원은 2020년 미 하원에 입성한 뒤 2021년 ‘1·6 의회 폭동 사건’ 당시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는 등 친트럼프 인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을 우선하지 않고, 외국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여 왔다. 특히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에 트럼프 대통령이 소극적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린은 이날 성명에서 “14살에 성폭행을 당하고 인신매매돼 부유하고 권력 있는 남성들에게 착취당한 미국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내가 그동안 지지해온 대통령에게 ‘배신자’라고 불리고 협박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그린 의원의 사임 소식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그린 의원의 사임 발표를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장악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 균열을 암시하는 가장 큰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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