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치료 시스템에 매몰된 의료계 ADHD 등 과잉 진단으로 약 처방…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중독 늘어 한국도 정신과 약물 의존도 높아… 현대의학의 구조적 위기 직시해야 ◇중독을 파는 의사들/애나 렘키 지음·중독성 처방약물에 신중을 촉구하는 의사들 옮김/332쪽·2만2000원·오월의 봄 ◇진단의 시대/수잰 오설리번 지음·이한음 옮김/364쪽·2만2000원·까치
책 ‘중독을 파는 의사들’과 ‘진단의 시대’는 과잉 진단과 처방 남용이라는 오늘날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비판한다. 사진은 2021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의 일종) 피해자 단체의 시위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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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진단’과 ‘처방’ 체계 뒤 드리워진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처방약 남용이 낳은 중독 현상을 짚은 ‘중독을 파는 의사들’과 의료계의 확진 과열을 정면으로 비판한 ‘진단의 시대’다. 두 책 모두 빠르고 편리해진 치료 시스템과 수익 추구에 매몰된 의료계, 약간의 통증도 참지 못하는 환자들이 맞물리면서 현대 의학이 마주하게 된 구조적 위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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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의 시대’는 질병 진단에 너무나 대수롭지 않아진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장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부터 유방암까지 여러 질병이 과잉 진단되고 있는 현실을 역시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다. 영국에서 20년 넘게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진단이 늘어난 건 질병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며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차이가 불필요하게 병리화되면서 환자를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발병률이 높지 않은 감염성 질환인 ‘라임병’은 과민한 진단 기준으로 인해 애매한 증상만 있어도 라임병으로 진단하기 일쑤다. ADHD 진단에 대해서는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넘어 자아를 규정하는 꼬리표가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현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정서를 회복하는 대신, ‘질병 정체성’의 굴레에 갇혀 더 자주 병원을 찾고 심리적 보상을 얻는 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항우울제, ADHD 등 정신과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미한 고통과 이상 증세마저 병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의료의 본래 목적대로 진료와 처방이 환자의 회복과 안녕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처방과 진단의 속도를 늦추고 시스템을 점검해 볼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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