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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무엇이 가장 마음을 끄는가.
울타리엔 누런 국화 그득하고, 숲속엔 귤들이 주렁주렁.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해 오래 품어온 뜻에 부끄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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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글은 눈길 한 번에도 금방 읊조릴 수 있고,
심오한 뜻은 여러 장에 걸쳐 애써 찾아야 깨닫게 된다.
독서에 지쳐 향 피우고 홀로 앉으면,
무시로 들려오는 새소리가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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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文過眼聊成頌, 奧義連篇費苦尋. 讀倦焚香欣獨坐, 不時悅耳聽幽禽.)―‘가을 풍경(추경·秋景)’ 황문의(黄文儀·청대 중엽)
가을은 늘 불쑥 찾아온다. 바람 한 줄기, 하늘빛 한 조각이 달라지는가 싶을 때 세상은 고요해지고 마음은 그윽해진다. 이즈음 시인의 시선을 끄는 건 울타리 아래 만개한 노란 국화와 주렁주렁 매달린 주황빛 귤이다. 가을이란 계절이 준비한 성찬이다. 세월을 쫓느라 제대로 이룬 거 하나 없이 젊은 날의 꿈은 멀어졌지만, 곁에 남은 시편 속에는 그나마 내 숨결과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여기에 독서의 즐거움이 더해진다. 스치듯 마음을 흔드는 대목이 있고, 여러 번 곱씹어야 겨우 닿는 깊은 뜻도 있다. 시인에게 그것은 미완성된 꿈을 위로하는 언어이자,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조용한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가을은 사라짐의 계절이지만, 그 속에서 시인의 정신은 다시 깨어나고 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