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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우주서 9개월 생존… ‘우주농업’ 단서 되나

입력 | 2025-11-21 03:00:00

포자가 자외선 흡수하며 조직 보호
영하 196도 극한 환경에서도 견뎌



동아DB


이끼는 히말라야, 사막, 남극 툰드라, 용암 지대 등 지구 극한 환경에서도 번성할 수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끼가 온도가 극심하게 바뀌고 자외선이 강하며 공기가 희박한 진공 상태의 우주 환경에서도 무려 9개월 동안 살아남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끼가 최대 15년 동안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계산 결과까지 나와 이끼의 우주 공간에서의 생존 비결을 분석하면 우주 농업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후지타 도모미치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끼의 한 종인 ‘피스코미트륨 파텐스(학명 Physcomitrium patens)’를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부 표면에 부착해 9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19일 국제학술지 ‘셀 프레스(Cell Press)’가 발행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갓 자란 어린 이끼, 이끼 브루드 세포, 이끼 포자 등 3가지 발달 단계에 있는 이끼의 생존력을 지상의 모의 우주 환경에서 비교했다. 이끼 브루드 세포란 이끼가 추위, 건조, 영양 부족 등 극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만들어 내는 생존용 세포다. 세포벽이 두꺼운 특별한 형태의 세포로 생존에 좋은 환경이 갖춰지면 다시 이끼로 자랄 수 있다.

세 종류의 이끼를 모의 우주 환경에 노출한 결과 어린 이끼는 강한 자외선과 극한 온도에서 생존하지 못했고 브루드 세포보다는 이끼 포자가 더 오래 살아남았다. 포자는 브루드 세포 대비 약 1000배 더 자외선에 강했고 영하 196도 조건에서 1주 이상 생존했다. 55도 고온에서도 한 달 동안 생존 후 발아까지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끼 포자를 둘러싼 구조가 자외선을 흡수하고 내부 조직을 물리·화학적으로 보호하는 장벽 역할을 한 것”이라며 “이끼 포자처럼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있어 5억 년 전 수생 식물이 육지로 올라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후 여러 차례의 대멸종에서도 완전히 멸종하지 않고 생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22년 3월 이끼 포자 수백 개를 노스롭그루먼의 화물우주선 ‘시그너스(Cygnus)’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이끼 포자는 ISS 표면에 부착돼 283일 동안 극한 우주 환경에 노출됐다. 이끼 포자는 2023년 1월 지구로 귀환했다.

연구팀이 돌아온 이끼를 분석한 결과 이끼 포자 80% 이상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포자 중 11%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험실에서 정상적으로 발아도 이뤄졌다. 모든 포자의 엽록소 양이 정상 포자와 비슷한 수준이었을 뿐 아니라 가시광선에 예민한 ‘엽록소 a’의 양만 20% 줄어들었다.

연구팀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학적으로 이끼 포자가 우주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계산한 결과 최대 5600일, 약 15년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타 교수는 “지구 생명체가 우주 조건을 견딜 수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다”라며 “이끼 같은 초기 육상식물이 우주 수준의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진화적으로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우주 농업 시스템, 달·화성 생태계 구축에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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