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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우디에 F-35 팔것”… 빈살만과 회동 앞 ‘통큰 당근책’

입력 | 2025-11-19 03:00:00

동맹 20國에 판매 최신 스텔스기… 중동선 이스라엘에만 허용 원칙 깨
트럼프, ‘중동 큰손’ 사우디 우대
가족기업 사우디 개발 참여 논란에… 미국내선 기술 유출 우려도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올 5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만나 활짝 웃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 계약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리야드=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당 최대 1억210만 달러(약 1495억 원)에 달하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팔겠다고 17일 밝혔다. 미국은 그간 중동에선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에만 최신식 전투기를 판매해 왔는데 기존 원칙을 깬 파격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이슬람권 주요국의 외교관계 수립)에 사우디를 추가하려는 목표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18일 워싱턴 백악관을 찾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사우디가 최근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내에선 군사 기밀의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회사가 사우디 측과 여러 사업을 벌이는 것에 따른 이해 상충 논란도 커지고 있다.

●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 하루 앞두고 전격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사우디는 훌륭한 동맹국이며 F-35를 구매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그와 무함마드 왕세자는 18일 회담 뒤 전투기 판매 등 양국 경제·안보 협력 강화 협정에 서명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48대의 F-35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F-35는 스텔스 기능에 첨단 정보 처리 시스템까지 갖춘 미국 최첨단 전투기로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등 미국의 동맹 20개국에만 판매됐거나 인도가 확정됐다.

미국 의회는 2008년 이스라엘이 중동의 잠재적 적대국보다 군사력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보장하는 ‘QME(Qualitative Military Edge·질적 우위)’ 정책을 법제화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F-35를 자체 개량한 ‘F-35I 아디르’ 75대를 보유 중이다. 이 기종은 이스라엘이 올 6월 ‘주적’ 이란을 공격할 때 위력을 과시했다.

사우디는 내내 F-35를 구매하고 싶어 했지만 ‘QME’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특히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되고 무함마드 왕세자가 그 배후로 지목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중동의 큰손’ 사우디를 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우디는 올 5월 그의 방문 당시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총 6000억 달러(약 876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전투기 구매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 이스라엘 반발, 이해 상충 논란 여전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우디에 F-35를 판매하되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삼으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집권 공화당의 친(親)이스라엘 의원들도 이에 동조한다. 최신예 전투기 수출은 미 의회 승인 사안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대통령 측에 이 거래가 성사될 시 중국의 F-35 기술 접근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최근 수년간 중국으로부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구입했고 연합 해군 훈련도 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한 대가로 F-35 50대 판매를 승인했으나, 미 의회가 UAE의 중국 화웨이 통신망 사용으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하자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국영 부동산 기업 다르글로벌이 트럼프 일가 기업인 트럼프오거니제이션과 몰디브에 고급 리조트를 함께 건설할 예정이라고 17일 보도했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630억 달러(약 91조9800억 원) 규모의 사우디 도시개발 사업과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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