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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물품 경매’ 결국 무산…“희생자 상업적 이용 안돼”

입력 | 2025-11-17 17:08:00


27일(현지 시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헝가리 부다페스트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센터에서 방문객들이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2025.01.28. [부다페스트=AP/뉴시스]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관련 물품 경매가 생존자들의 반발로 16일 취소됐다. 당초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운용했던 강제수용소의 수감자들이 고향의 가족에게 쓴 편지 등 600여 점이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X에 “(독일에서 예정돼 있던 홀로코스트) 유물 경매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으로부터 들었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이 상업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당초 경매사 펠츠만은 17일부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셀도르프시 인근에서 ‘테러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홀로코스트 관련 물품들을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었다. 경매 리스트엔 나치의 유대인 탄압 조직인 게슈타포가 유대인 정보를 기록해놓은 색인카드도 포함됐다. 사용 흔적이 있는 유대인 표식을 위한 ‘다윗의 별’ 배지와 반유대 선전 포스터, 강제 불임 시술 관련 문서도 있었다.

경매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단체인 국제아우슈비츠위원회(IAC)의 크리스토프 휴브너 부위원장은 “나치 박해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은 이 냉소적이고 뻔뻔한 경매 시도에 분노하고 말문이 막혔다”며 경매 취소를 촉구했다. 그는 “경매에 나오는 문서에 피해자들의 이름이 나온다”며 “이런 문서는 희생자 가족들의 것이어야 하며 박물관이나 추모전에 있어야 할 물품들”이라고 지적했다.

반발이 커지자 펠츠만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경매 물품 목록을 삭제하고, 경매 취소 사실을 독일 정부에 알렸다. 바데풀 장관은 “우리는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 대한 윤리적 의무가 있다”며 “이런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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