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노 킹스’(왕은 없다)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최근 야당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연루 의혹에 관한 문건을 모두 공개하라고 대통령 측을 압박하고 있다.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또한 “문건을 공개하라”며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가족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가족 사업을 융합한 최신 사례”라고 꼬집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산 F-35 전투기 도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 전투기를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회사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우디 왕실 근거지 개발 사업에 참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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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주도하는 제리 인제릴로 ‘디리야개발’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트럼프오거니제이션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5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디리야 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만족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다르글로벌의 지아드 엘 차르 CEO 또한 최근 중동 매체 ‘알모니터’에 “트럼프오거니제이션과 조만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은 디리야 내 호텔 등에 ‘트럼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한 뒤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르글로벌은 트럼프 측과 2대 도시 제다에 트럼프타워를 짓기로 했다. 또 지난해에만 트럼프 측에 라이선스 비용으로 2190만 달러(약 318억 원)를 지불했다. 그 돈의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전달된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일가는 올 4월 카타르에서도 골프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또한 트럼프호텔 및 트럼프타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 ‘돈’으로 ‘카슈끄지 의혹’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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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측은 부인했지만 2021년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 암살을 직접 승인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인권’을 중시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또한 무함마드 왕세자 측과 냉랭한 관계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섣불리 범행을 단정하면 안 된다”고 무함마드 왕세자 측을 두둔했다. 재집권 후에는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골랐다.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또한 자신의 회사 ‘어피니티파트너스’를 통해 사우디와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무함마드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2018년 3월 이후 약 7년 8개 월만이다. 정식 국가 원수가 아닌 그가 워싱턴을 찾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까지 준비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크다. 야당 민주당은 대통령이 ‘오일머니’에 넘어가 냉혹한 독재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지위를 활용해 외국 독재 정권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보상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 또한 무함마드 왕세자가 명예 회복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계약 체결 논의가 오간다는 점은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