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 원 통장 사용료 지급 불법자금 세탁조직에 유통해 부당이득 거래정지 대비, 은행원까지 포섭 100여 개 대포통장 1150억 불법 자금 세탁
먹튀자 보복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제1금융권의 한 은행 전화상담실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A 씨는 올해 5월, 온라인에서 이런 내용으로 올라온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 광고는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총책 30대 B 씨였다.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 계좌 거래 정지 업무를 담당했던 A 씨는 B 씨의 꼬임에 빠져 결국 조직에 가담하게 됐다.
B 씨는 불법 자금 세탁조직으로부터 “상대 조직이 입금한 소액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보이는 돈이 입금됐다. 조회해달라”라는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A 씨에게 계좌번호 조회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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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폰 77대.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은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고객’이다.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의 가장 큰 고충은 상대 조직이 고의로 입금하는 소액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다. B 씨는 통장 대여부터 사고 처리까지 확실한 뒤처리를 약속했다.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이 거래를 맺고 있는 도박이나 성매매 등 불법 사이트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상대 조직의 대포통장에 고의로 소액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몰래 보내는 방식으로 거래정지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금이 거쳐 간 계좌는 모두 거래정지가 된다. 당장 쓸 수 있는 대포통장이 마비되면 불법 사이트 입장에서는 엄청난 금전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이유로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되자마자 송금 계좌의 정보를 파악해 동일 금액을 해당 계좌로 되돌려 ‘없던 일’이 되게 만드는 게 필수다.
먹튀자 상대 보복성으로 이발하게 하는 영상.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B 씨는 조직 내에 ‘출동팀’을 만들어 먹튀를 한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를 추적해 보복하기도 했다. 출동팀은 지난해 11월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인 30대 C 씨가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2200여만 원을 인출해 달아나자 직접 찾아 나서 두 달여 만에 C 씨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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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들은 100여 개의 대포통장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사이버도박 자금 등 1150억 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중 7명을 범죄단체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조직원 중에는 총책 지시를 받고 대포통장을 거래한 상대방 계좌 정보를 조회해 준 제1금융권 은행 콜센터 직원까지 가담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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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해 12월 B 씨의 장집에서 분리돼 나온 다른 장집에서 일하다 탈퇴한 조직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한 끝에 6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검거했다.
은행원인 A 씨를 제외한 조직원 58명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A 씨에 대해서는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며,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출동팀에는 공동강요 및 특수강도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검거 과정에서 시가 6억4000만 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등 고가 차량과 귀금속을 압수하고, 범죄수익으로 확인한 17억5200여만 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 신청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