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환율 안정방안 마련 예정 국민연금, 해외서 500조원 굴리는 ‘큰손’ 한은과 외환스와프 가동해 달러 확보할수도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 시작에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왼쪽부터), 이창용 한은총재, 구윤철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기념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14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외환·금융당국은 국민경제와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환율 상승 원인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겠다”며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최근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 때 1470원을 상회하는 등 외환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확대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구조적인 외환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해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연일 급등세(원화 가치 하락)가 이어졌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9월 30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넘게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13일에는 장 중 한때 1475.4원에 거래되며 계엄 사태의 여파가 남아 있던 올해 4월 9일 장중 최고가(1487.6원)에 육박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14일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에 1474.90원까지 치솟았지만 당국이 개입을 시사하자 1450원대로 다소 진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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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선물환 매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선물환 매도란 국민연금이 일정 시기 이후에 달러를 팔겠다고 은행 등 금융기관과 계약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향후 달러 공급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더불어 수출기업들이 국내에 달러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날 정부 관계자들은 서울 모처에서 수출기업들을 만나 달러 공급 공백을 해소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출 기업들이 과거 대비 해외 투자를 늘림에 따라 수출 대금의 해외 반출이 상대적으로 늘었다. 이를 국내 투자와 고용으로 돌리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환율 개입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던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6월 한국을 비롯한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연기금과 국부펀드를 활용한 환율 조정 등 시장 개입 외에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환율 변동은 안 되나,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