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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팩트시트 문안 확정”… 핵잠-원자력협정 포괄적 수준 담길듯

입력 | 2025-11-14 03:00:00

관세-안보 설명자료 발표 초읽기
대미투자 법안-MOU 이달 속도낼듯
韓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담기고
핵잠 건조 장소 등 명시는 없을듯




《한미, ‘팩트시트’ 발표 시점 조율… 관세 등 기존 합의대로 담길 전망

한미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관세·안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그동안 이견이 제기됐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관련 문구를 기존 한미 합의대로 팩트시트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관세 합의도 담길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될 예정이었던 팩트시트는 미국이 관련 부처 검토가 필요하다고 통보하면서 공개가 지연돼 왔다. 이에 따라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가 담긴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도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왼쪽), 마코 루비오.

한미 관세·안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미국의 관세 인하는 물론이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승인 등 주요 합의들이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진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문서가 처음으로 발표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상무부, 에너지부 등의 제동으로 공전하던 팩트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정부는 대미(對美) 투자 펀드 합의가 담긴 관세 협상 양해각서(MOU) 체결과 대미투자 특별법 발의 등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 한미 외교수장 회동 전 논의 급진전

13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간 팩트시트 협상은 12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캐나다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회동하기 전 진전을 보였다. 관계 부처 이견 등 의견 수렴을 이유로 미국이 4일 팩트시트 발표를 연기하자고 요청한 가운데 양 외교수장 회동 직전 미국의 입장이 정리됐고 실무 선에서 발표 일정을 최종 논의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것.

조 장관은 이날 루비오 장관과 풀어사이드(pull aside·비공식 약식 회담) 형식으로 면담하며 “공동 설명 자료(팩트시트)의 신속한 발표를 통해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측이 합의한 제반 사항들을 구체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장관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이날 전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협상 진전을 암시하듯 “미국 유관 부처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공동 설명자료가 최대한 조속히 발표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답했다.

미국 내 관계 부처 검토를 이유로 4일로 추진됐던 팩트시트 발표를 연기한 미국은 팩트시트 주요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도 “팩트시트 문안은 확정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우리 주장대로 종래(합의한 팩트시트)로 돌아간다는 결정이 나오면 기존 문안이 있어 (발표가) 빨리 될 수 있다. 그런데 새 문안으로 하면 (빨리)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핵잠 건조 추진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핵잠 건조 장소나 원자력 협정 ‘개정’ 등 구체적인 표현 없이 포괄적 수준의 문구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미가 합의했던 A4용지 3장 분량의 팩트시트에는 핵잠 건조 추진에 한미 정상이 동의했다는 취지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프로세스에 미국이 동의한다는 취지의 문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달 중 MOU 체결-특별법 제출 마무리

다만 팩트시트가 발표되더라도 세부 추진 계획 등 이견이 드러난 원자력 분야 후속 협의는 추가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미국은 팩트시트 발표 연기를 요청하면서 미국 내에서 문제가 된 문안 등 세부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주미 대사관 등 현지 채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미국 내 원자력 분야 관련 부처들이 팩트시트에 담긴 핵잠 건조나 원자력 협정 관련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 건조를 전제로 핵잠 연료 승인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다는 정부와 달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한국 핵잠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을 주장해왔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원자력 협정 개정도 실제 개정까진 핵 비확산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에 진통이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팩트시트가 발표되면 한미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확정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는 미국과 3500억 달러(약 514조 원) 대미 투자 펀드 등 관세 분야 합의가 담긴 MOU 체결을 마무리한 뒤 대미 투자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인출해 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선 근거 법률이 필요하기 때문.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하 행정명령 서명과 관보 게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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