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2명 커닝 자수, 재시험 계획 온라인 강의 늘어 단속 어려워져… 사이버대학, 사실상 무방비 지대 “학생들 윤리 문제로만 봐선 안돼… AI활용 기준-평가방식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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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와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번엔 온라인이 아닌 소규모 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이뤄졌다. 대학들이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지 않고 방치하는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직하게 시험을 치르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자칫 대학 교육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면 시험에서도 AI 커닝 속출
서울대 등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교양과목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해 시험 문제를 푼 정황이 확인됐다.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문제가 된 AI 커닝 사건은 대형 비대면 시험에서 벌어졌는데, 서울대의 경우 경영대 학생 30여 명이 듣는 소규모 강의의 대면 시험에서 일어났다.
시험은 강의실 PC로 코드 등 답안을 작성해 종이에 옮겨 적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이 과정에서 챗GPT 등 AI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커닝 행위를 자수한 학생은 2명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재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도 통계학과 학생이 듣는 같은 과목 기말시험에서 유사한 부정행위가 신고됐지만, 당시엔 증거가 부족해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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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서는 ‘AI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건국대 재학생 이모 씨(23)는 “AI를 몰래 쓰는 학생이 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의욕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덕성여대 재학생 정다솔 씨(22)는 “교수 지시에 따라 직접 자기소개서를 쓴 친구는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AI로 작성한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정직하게 시험을 치른 학생이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 온라인 강의 확대로 커닝 단속 어려워
특히 모든 수업과 평가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이버대학은 사실상 ‘무방비 지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이버대학 관계자는 “500명 이상이 동시에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AI를 써도 적발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AI 커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학이 대형 강의를 늘리고, 커닝 방지 대책 없이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비용 절감 등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되는 비대면 강의를 확대하면서도 이를 관리할 교원 인력은 늘리지 않아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혼란을 개인 윤리 문제로만 봐선 안 되며 해외 대학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독일 호펜하임대는 지난해 “AI 활용 능력도 대학에서 훈련할 대상”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교수에게 시험 중 AI 사용 허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했다. 허용 시 학생에게 ‘AI 사용 내역서’를 제출하게 해 AI 활용 역량 자체를 평가한다. 호주 시드니대는 AI 사용이 불가능한 구두시험 등 직접 평가와 AI를 이용한 과제를 별도로 평가한다. 유재준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한국 대학도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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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한채연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