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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의 정치경제학
최근 국내 인공지능(AI) 업계의 최대 화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깐부 동맹’이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AI용 고성능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AI 산업의 성장이 더 이상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음이 명확해졌다. 이제 AI는 원자재 수급부터 반도체 설계·제조,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 개발, 그리고 최종 응용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위에서 작동하는 거대 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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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오픈AI의 챗GPT를 사례로 들어 AI 공급망을 네 개의 상호연결된 영역으로 나눠 분석했다.
두 번째 영역은 ‘AI 준비’ 단계로,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모델을 설계·개발하는 과정이다.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또 모델 성능을 미세 조정하기 위한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LHF)’과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숨은 노력이 필수적이다. 오픈AI는 유해 콘텐츠 필터링을 시간당 2달러 미만의 케냐 노동자들에게 아웃소싱했다.
세 번째 영역은 ‘AI 배포’로, 개발된 모델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나 서비스형 AI(AIaaS) 형태로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단계다. 네 번째 영역은 종종 간과되는 전자 폐기물(E-waste)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고, 수명이 다한 서버와 하드웨어는 엄청난 양의 전자 폐기물을 남긴다.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배출량은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을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로 2020년에서 2023년 사이 30%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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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의 20%를 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 프랑스의 미스트랄AI와 같은 유망 스타트업이 등장했지만, 자금과 인프라 측면에서 미 기업 의존도가 높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십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외국 기술을 수입하는 형태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에는 빅테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며, 각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국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등 ‘부분적 주권’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소버린 AI를 추진하고 있다. AI 전 분야 주권이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거대한 공급망 지도에서, 어떤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자립이 어려운 부분은 어떤 외교·산업 전략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할 것인가? 이는 정치권, 기업, 연구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중대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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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① Muldoon, James, Ana Valdivia, and Adam Badger. “The polit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supply chains.” AI & SOCIETY (2025): 1-13.
연구② Dale, Robert. “Sovereign AI in 2025.” Natural Language Processing 31.5 (2025): 1312-1321.
연구② Dale, Robert. “Sovereign AI in 2025.” Natural Language Processing 31.5 (2025): 1312-1321.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