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환 수원한마음병원 원장이 서울 강남 양재천에서 사이클을 타고 달리며 ‘엄지 척’을 하고 있다. 1986년부터 수영을 배운 강 원장은 1990년대 말에 마라톤, 2002년에는 철인3종에 입문해 올해 71세임에도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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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리 흐르는 물살을 잘 타면 빨리 가고 그러지 못하면 늦을 수 있었죠. 코스도 직선 코스가 아니고 세 굽이 정도 도는데 그때 물살을 잘 타지 못하면 힘들 수 있었어요. 전 물살을 잘 탔습니다.”
학창 시절 유도와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즐긴 강 원장은 “운동 DNA를 타고났는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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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이클을 장만했죠. 그해 처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3시간 30분)을 넘겨서 실격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해 다시 올림픽코스에 도전해 제시간에 들어왔다. 2005년 북한 금강산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했다. 올림픽코스와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주로 출전하던 그는 2013년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첫 출전 땐 제한 시간 17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2014년 7월 제주 대회 때 개인 최고 기록인 15시간45분에 골인했다. 철인코스를 지금까지 10회 완주했는데 2022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코나 세계선수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 최고 대회라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죠. 아무나 출전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다른 대회 연령대별 1위를 해야 가능했죠. 2022년 8월 14일 ‘아이언맨 카자흐스탄’에 출전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빈집 털이’라고 아세요?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65∼69세 그룹에 12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8명이 불참했죠. 4명이 출전해 2명이 완주했는데 제가 15시간54분58초로 2분 빨리 들어왔죠. 기가 막히지 않나요.”
그해 10월 8일 코나에서도 16시간58분14초로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17시간 넘어 들어오면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없다. 1분 46초 차이로 세계 최고 대회에서 철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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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원장은 요즘 사이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 3회 훈련한다. 전문 강사의 지시를 받으며 스마트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 앱 ‘즈위프트’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수영과 마라톤은 주말에 하거나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한다.
솔직히 이젠 철인코스 완주가 다소 버겁다. 아내를 포함해 지인들도 철인코스 출전을 말린다. 하지만 그는 “코나에서 90세인 일본 사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청춘이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제 나이대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허리가 굽은 환자들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생생해요. 완주의 성취감도 있지만 헤엄치고 사이클 타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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