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고려대 이어 서울대서도 부정행위 정황 코로나 이후 대형 비대면 강의 늘며 단속 한계, 학생들 “정직하면 손해” 불만
서울대 정문 전경 2020.6.18/뉴스1
● 서울대서도 AI 커닝 조사
서울대 등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교양과목 ‘통계학실험’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해 시험 문제를 푼 정황이 확인됐다. 이 강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30여 명 규모의 대면 강의다.
시험은 관악캠퍼스 강의실 내 PC에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이를 종이에 옮겨 적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응시 중 챗GPT 등 AI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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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목에서는 지난해 12월에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 중 AI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한 학생이 조교에게 신고했지만, 당시엔 증거가 부족해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 6월엔 서울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전공수업 ‘미디어와 나’ 대면 시험에서도 일부 학생이 AI로 서술형 문항을 작성한 사실이 적발됐다. 담당 교수는 수강생 전원의 점수를 0점 처리했다.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대면시험에서도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은 교수들이 AI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며 “세대 간 AI에 대한 인식 격차가 강의실 안에서 충돌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온라인 강의 확대로 커닝 단속 어려워… 학생들 “정직하게 응시하면 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형 온라인 강의가 급증하면서 부정행위 단속이 어려워진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대의 비대면 강의는 2022년 2학기 5개에서 지난해 2학기 51개로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연세대는 34개에서 321개로 급증했고, 고려대는 전체 비대면 강의는 줄었지만 201명 이상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는 32개에서 79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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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I 커닝이 대학 전반으로 퍼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직한 노력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덕성여대 재학생 정다솔 씨(22)는 “교수 지시에 따라 직접 자기소개서를 쓴 친구는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AI로 작성한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직하게 시험을 치른 학생이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건국대 재학생 이모 씨(23)는 “AI를 몰래 쓰는 학생이 늘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허탈감을 느끼고 의욕을 잃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혼란을 개인의 윤리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AI 커닝의 근본 원인은 대학이 대형 강의를 늘리고, 커닝 방지 대책 없이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데 있다”고 말했다.
● 해외 대학은 AI 활용 역량도 평가
AP/뉴시스
AI 사용이 불가능한 구두시험 등 직접 평가와, AI를 활용해 작성한 과제를 별도로 평가하는 체계를 병행한다. 유재준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한국 대학도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기존 시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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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한채연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