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예인 응원” 경계심 허문뒤 “먼저 수수료 보내라” 1020 속여 반환 요구엔 “너도 불법연루” 협박 “플랫폼 책임-팬덤 자정노력 필요”
중학생 김다은(가명) 양은 지난달 이른바 ‘덕자금(덕질 자금) 이벤트’에 참여했다. 평소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과 관련한 게시글을 X(옛 트위터)에 퍼뜨려 주면 추첨을 통해 앨범 구매 등 팬 활동, 이른바 ‘덕질’을 위한 돈 100만 원을 주겠다는 글을 보고 응모한 것이다.
그런데 주최자는 “당첨금은 대신 불법 토토를 해서 마련할 테니 먼저 수수료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김 양이 용돈을 긁어모아 3만 원을 송금하자 상대는 “토토가 당첨돼 덕자금에 더해 670만 원을 얻을 수 있다”며 20만 원의 ‘세탁비’까지 추가로 요구했다. 이상하다고 느낀 김 양이 수수료라도 돌려달라고 하자 상대는 돌변했다. 재촉하면 영업방해죄로 신고하겠다며 되레 협박한 것이다. 김 양은 “처벌받을까 봐 무서워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팬심 노린 신종 사기에 10, 20대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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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덕질뿐 아니라 ‘추석 용돈을 뿌린다’는 식으로 대리 토토에 참여하라는 종용에 넘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한 22세 여성은 이런 꾐에 넘어가 인터넷은행 비상금 대출로 305만 원을 마련해 송금했다가 전부 잃었다.
● ‘사기 신고해 준다’며 또 돈 뜯는 2차 피해
‘대리 토토 사기 박제 계정’을 운영하며 앞에서는 가해자를 신고해 주겠다고 속이고 뒤로는 추가 피해를 양산하는 2차 범죄도 횡행하고 있다. A 양은 “박제 계정은 ‘사기꾼을 신고해 준다’거나,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피해를 복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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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희 숭실사이버대 청소년코칭상담학과 교수는 “같은 아이돌 멤버를 좋아하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즉각적으로 생기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은 또래 관계를 중시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에게 쉽게 동질감을 느끼고, 금융 이해도가 부족해 유혹에 더 쉽게 빠진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사기 피해자는 10대(19.7%)와 20대(35.3%)가 절반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책임과 팬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한호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에서 불법 콘텐츠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배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정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문화 건전성 유지를 위해 팬덤 내에서 사기 경계심을 높이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이다겸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