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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알카에다 출신’ 시리아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 “제재 유예”

입력 | 2025-11-12 03:00:00

시리아 건국 후 첫 백악관 초청
샤라, 美겨냥 폭탄 설치로 체포 전력… 오바마 때 현상금 145억원 걸려
환영행사 없이 2시간 비공개회담… 트럼프 “시리아 성공 美가 도울것”
각종 제재 180일 동안 유예 결정… 시리아는 美 주도 ‘IS 소탕’ 협력



악수하는 트럼프-샤라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1946년 시리아 건국 이래 이 나라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건 처음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워싱턴=AP 뉴시스


“시리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흐마드 알 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시리아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현직 시리아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것은 1946년 시리아 건국 이후 처음이다. 특히 샤라 대통령은 한때 9·11테러를 일으킨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 소속이었으나 이후 결별했다. 알카에다 소속이던 2013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그에게 1000만 달러(약 145억 원)의 현상금까지 걸었을 만큼 미국과 악연이 있는 인물이어서 이날 회담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시리아에 가한 각종 제재 조치를 180일간 유예했다. 시리아 또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당 퇴치를 위해 미국과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가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가 장기적으로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수교 또한 중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현상금 1000만 달러’의 백악관 방문

샤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7분경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가까이 회담을 가졌다. 그는 보통 백악관을 찾는 외국 정상이 입장하는 서관(웨스트윙) 진입로 대신 측문을 통해 조용히 입장했다. 백악관 또한 별도의 환영 행사나 언론 공개 없이 회담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영국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회담을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다.

샤라 대통령은 198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다. 한때 역시 사우디 출신이며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에게 심취해 라덴의 외모를 따라하고 다녔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에는 이라크에서 미국을 겨냥한 폭탄을 설치했다가 체포됐다. 이 여파로 2005∼2011년 이라크 내 미군 교도소에 수감됐다. 미국이 이후 잠시 행방이 묘연했던 그에게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것도 이런 이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샤라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기간인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했다. 수니파 반군 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이끌며 시아파 출신으로 반대파를 억압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 맞섰다. 오랜 내전, 반대파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 등으로 인심을 잃은 아사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러시아로 도피했다.

샤라 대통령은 올 1월 선거 없이 과도정부의 초대 대통령에 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에 대한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취소했고, HTS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도 취소하며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시리아를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시키려는 美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샤라 대통령을 “매우 강한 지도자”라고 추켜올렸다. 이어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 힘든 과거가 없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다”며 과거 미국과의 악연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특히 아사드 정권 시절 시리아에 가했던 각종 제재를 해제해 국가 재건 사업을 돕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시리아 또한 IS 소탕을 위한 미국 주도 국제 연합체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IS를 겨냥한 군사적 대응을 위해 2014년 창설된 단체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89개국이 참여 중이다. 샤라 대통령 또한 IS로부터 수차례 암살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외교 정상화를 가능케 한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 그는 이를 자신의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며 더 많은 아랍 국가를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시리아 또한 이 협정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아사드 정권을 지지했던 러시아, 이란이 더 이상 시리아에 관여하지 않도록 해 이들 국가의 중동 내 영향력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샤라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당시 그가 푸틴 대통령에게 아사드 전 대통령의 송환을 요청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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